[뉴욕=이데일리 전설리특파원] 30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이 혼조세로 마감했다.
세계 2위 개인용컴퓨터(PC) 제조업체 델의 분기 실적이 월가 기대를 웃돌면서 나스닥 지수는 장중 내내 상승권을 지켰다. 반면 다우 지수는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한 끝에 소폭 하락세로 마쳤다.
미국의 4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의 상승률은 월가 전망을 하회했다. 이에 따라 최근 유가의 고공행진으로 고조됐던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소 잦아들었다.
그러나 사흘 연속 상승에 따른 부담이 지수 상승의 발목을 잡았다. 소비 심리가 28년래 최악의 수준에 머물고, 시카고 지역 제조업 경기가 4개월 연속 위축된 것도 투자 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1만2638.32로 전일대비 7.90포인트(0.06%) 하락했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522.66으로 14.34포인트(0.57%) 상승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1400.38로 2.12포인트(0.15%) 올랐다.
이로써 이번 달 다우 지수는 1.4% 하락했다. 반면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1.1%, 4.6% 상승했다.
유가는 허리케인 시즌 시작에 따른 우려와 전날 급락에 따른 반발 매수세 유입, 달러 약세 등의 영향으로 소폭 반등했다.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7월물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배럴당 73센트 오른 127.35달러로 마감했다.
◇델 `급등`-제이 크루 `급락`
델(DELL)이 기대 이상의 실적에 힘입어 5.7% 급등했다.
델은 전날 장 마감 후 1분기 순이익이 7억8400만달러(주당 38센트)로 전년동기 7억5600만달러(주당 34센트) 대비 4%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팩트셋 리서치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주당 34센트를 상회한 수준이다.
매출액은 9.2% 늘어난 160억8000만달러로 역시 전망치인 156억6000만달러를 웃돌았다.
도날드 카티 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턴어라운드 조짐을 보여주는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메릴린치는 이날 델에 대해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고급 보석업체 티파니(TIF)도 전망을 웃도는 실적에 힘입어 2.7% 상승했다.
티파니는 1분기 순이익이 6440만달러(주당 50센트)로 전년동기 5410만달러(주당 39센트) 대비 늘었다고 밝혔다. 매출액도 5억9570만달러에서 6억6810만달러로 증가했다. 이는 팩트셋이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주당 40센트의 순이익과 6억4760만달러의 매출을 상회한 수준이다.
AIG(AIG)는 모간 스탠리의 투자 의견 상향 조정(시장 비중→비중 확대)으로 1.9% 올랐다.
반면 미국 의류 유통업체 제이 크루(JCG)는 실적 전망 하향 조정 여파로 20.5% 급락했다.
제이 크루는 전날 장 마감 후 1분기 순이익이 3050만달러(주당 48센트)로 전년동기대비 24%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팩트셋이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주당 47센트를 웃돈 수준이다.
그러나 제이 크루는 올해 주당 순이익 전망치를 종전 1.85~1.87달러에서 1.70~1.75달러로 낮춰잡았다.
이밖에 유나이티드항공의 모회사인 UAL(UAUA)은 1.8% 상승한 반면 US 에어웨이즈 그룹(LCC)은 8.3% 떨어졌다.
주요 외신들은 이날 유나이티드 항공이 컨티넨탈 항공과 제휴로 선회하면서 유나이티드 항공과 US 에어웨이즈의 인수합병(M&A) 협상이 결렬됐다고 보도했다.
◇4월 근원 PCE 예상 하회..`인플레 우려↓`
미국 상무부는 변동성이 심한 유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가 전월대비 0.1%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마켓워치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0.2%를 소폭 하회한 수준으로 전월의 상승폭(0.2%)보다도 완만해진 것이다.
전년동기에 비해서는 2.1% 올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인플레이션 안심권인 1~2%를 상회했다.
유가와 식료품을 포함한 PCE 물가지수는 0.2% 올랐다. 이는 전월의 0.3%보다 둔화된 상승폭이다. 전년동기에 비해서는 3.2% 올랐다.
명목 소득 및 지출은 늘었으나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소득과 지출은 거의 변함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지출은 0.2% 늘었다. 이는 전망치와 동일한 수준. 그러나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소비는 보합에 그쳤다. 이로써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실질 개인지출은 지난 1월 이후 내내 제자리 걸음을 걸었다.
개인소득도 0.2% 늘었다. 이는 보합을 점쳤던 월가 전망을 웃돈 것이다. 그러나 세금과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실질 가처분 소득은 전월과 동일한 수준에 머물렀다.
다이와 증권 아메리카의 마이클 모란 수석 "소비세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경제가 후퇴(recession)와 둔화(slowdown)의 경계선상에 있다"고 진단했다.
◇5월 소비심리 `28년 최악`
미국의 소비심리는 28년래 최악의 수준으로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시간 대학은 5월 소비자신뢰지수(확정치)가 전월의 62.6에서 59.8로 떨어져 지난 1980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예비치였던 59.5보다는 상향된 수치로 마켓워치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59.0도 웃돈 수준이다.
휘발유 가격 급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최고조에 달했다. 소비자들은 향후 1년간 물가가 5.2%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월의 4.8%보다 상승한 수치다.
향후 경기 상황을 가늠하는 기대 지수는 전월의 53.3에서 51.1로 하락했다. 이는 지난 1990년 10월 이후 최저치다.
미시간 대학의 리처드 커틴 교수는 "유가와 식료품 가격의 고공 행진 속에서 소비자들은 생활 수준이 위축되고 있으며 빠른 시일 안에 회복되기 어려울 것임을 자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임금 감소와 실업, 생필품 가격 상승, 집값 하락, 대출 여건 강화 등이 소비 여력을 축소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카고 제조업 경기 `4개월 연속 위축`
미국 시카고 지역의 제조업 경기는 4개월 연속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카고 구매관리자협회(PMI)는 5월 제조업지수가 전월의 48.3에서 49.1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월 이래 최고치로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48.5도 상회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 지수는 4개월 연속 기준점인 50을 하회했다. 시카고 PMI는 50을 기준점으로 이를 넘어서면 경기 확장을, 이보다 못하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