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맥주 애호가들에게 트라피스트(Trappist) 맥주는 맥주 그 이상의 맥주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맥주 애호가들은 트라피스트 수도회 소속의 수도원 안에 있는 양조장에서 상면발효 효모를 사용했다.
병속 숙성을 통해 만들어지는 이 맥주를 죽기 전에 꼭 마셔 보아야할 맥주 목록의 앞 부분에 적어 놓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갈구하고 집착한다.
이들은 트라피스트 맥주라는 칭호를 가장 먼저 사용했고, 세계 맥주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트라피스트 맥주는 시메이(Chimay) 맥주. 벨기에 에노주의 프랑스 국경부근에 있는 스쿠르몬 수도원의 양조장에서는 시메이 블루, 시메이 화이트, 시메이 레드 등 시메이 맥주 시리즈를 매년 12만 헥터리터 생산하여, 전세계 맥주 애호가들의 갈증을 달래주고 있다.
알콜도수가 높고 프루티한 향과 농후한 맛이 내는 시메이 맥주는 병입한 채로 최소한 5년 이상 숙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알콜도수 9%인 시메이 블루 중에는 15년 동안 숙성된 것도 있을 정도다. 맥주 애호가들은 빈티지를 확인하고 혀끝에 감기는 오묘한 맥주맛에 매료되는 것이다.
스쿠르몬 수도원에서 맥주 양조가 시작된 것은 1862년. 하지만 시메이 맥주가 세계적인 맥주로 우뚝 서게 되는 배경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맥주의 양조법을 확립하는데 기여한 두사람의 헌신적인 노력이 숨겨져 있다.
한사람은 벨기에의 전설적인 양조학자 장 드 크레르크로, 그는 수백년 동안 이어져 왔던 양조법을 더욱 발전시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졌다.
다른 한사람인 테오드르 신부는 시메이 시리즈 중에서 가장 쓰고 드라이한 맛을 내는 시메이 화이트를 개발함으로써 시메이 시리즈를 더욱 풍성하게 했던 것이다.
천국에는 맥주가 없다는 서양속담이 있다. 혹시 시메이 맥주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을 천국이 되게 하기 위해 성직자와 양조학자가 합작해서 만든 선물은 아닐까.
<스파이스비 펍문화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