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損益비교①)은행 Vs 보험 `정면 충돌`

김기성 기자I 2004.09.27 10:00:00

은행 `수혜자` Vs 중소형보험사·모집인 `피해자`
재경부-금감위 `2단계 시행일정` 입장차

[edaily 김기성기자] 은행이 보험, 증권, 자산운용 등 2금융권 분야로 영토를 끊임없이 확장하는 이른바 `은행독주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전국적인 지점망과 막강한 자금력, 대외신뢰도를 바탕으로 새로 진출한 영역 마다 단숨에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자 은행의 공세에 생존 위협을 느낀 2금융권은 `앉아서 안방을 내줄 수는 없다`며 은행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내년 4월 예정된 `2단계 방카슈랑스` 시행을 둘러싼 은행과 보험업계간 갈등은 그 중에서도 으뜸이다. `이기면 살고 지면 죽는다`는 `모 아니면 도 게임`의 양상이다. 과연 은행, 대형 보험사, 중소형 보험사, 모집인, 고객 등 세분화된 이해관계자별 득과실은 어떤지 4회에 걸쳐 짚어본다. ◇은행 `일정대로`-보험 `연기해야`..거듭되는 정면 충돌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방카슈랑스는 은행 증권 등의 창구에서 보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제도로 현재는 생명보험사의 저축성 보험 위주로 판매되고 있다. 은행 뿐 아니라 증권, 저축은행 창구에서도 보험상품이 판매되고 있지만 은행 비중이 96%로 절대적이다. 생명보험의 경우 초회보험료 기준으로 방카슈랑스가 작년 9월부터 3월까지 전체 5조2106억원중 2조3954억원으로 45.9%를 차지했다. 절반이 은행창구에서 판매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은행의 보험자회사를 통한 판매실적이 방카슈랑스 시장의 26.3%를 차지해 은행계 보험자회사의 시장잠식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가 은행 창구에서 보장성보험과 자동차보험까지 팔 수 있는 2단계 방카슈랑스의 내년 시행을 앞두고 정부에 연기를 강력 요청하는 등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그냥 놔두기에는 당초 예상보다 잠식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위기감이다. 이를 위해 대출과정의 `보험끼워팔기`와 불완전 판매 등 은행의 우월적 지위 남용 사례 및 부작용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또 중소 보험사가 경영 위기로 몰릴 수 있고, 보험설계사의 대량 실직사태도 우려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은행은 "보험료 인하, 고객의 다양한 상품 선택 등 제도 도입 때 논의된 기대 효과가 나타나고 있고, 정책의 일관성과 대내외 신뢰도, 2단계 방카슈랑스 준비상황 등을 고려할 때 2단계 방카슈랑스는 당초 예정대로 시행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은행 `최대 수혜자`-설계사·중소형 보험사 `피해` 불가피 은행이 방카슈랑스 최대 수혜자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지난 9월 방카슈랑스 도입 이후 5개월간 거둬들인 수수료 수입만 1111억원이라는 사실이 단적으로 증명한다. 반면 중소형 보험사들의 손실 또한 불을 보듯 뻔하다. 가뜩이나 보험업계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은행 계열사와 대형 보험사 상품 중심의 방카슈랑스가 확산되면서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을 정도다. 보험모집인의 경우 중소형 보험사보다도 상황이 더 안좋다. 특히 설계사 신규 계약 건수의 90%, 소득의 85%가 종신보험, 암보험 등 보장성 보험인 만큼 2단계 방카슈랑스가 시행되면 대규모 실직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대형 보험사는 방카슈랑스 시행으로 `파이`가 커지는 효과가 있다. 은행 창구에서 판매되는 보험상품이 은행계열 보험사 아니면 대형사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방카슈랑스 확대에 따른 보험시장의 재편을 틈타 외국 보험사의 시장진입이 확대될 것을 우려해 방카슈랑스 `시행 연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재경부-금감위의 미묘한 시각차 2단계 방카슈랑스 시행을 둘러싸고 주무부처인 재경부와 금융감독당국인 금감위가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헌재 경제부총리와 윤증현 금감위원장의 시각차다. 이 부총리는 "2단계 방카슈랑스는 금융서비스의 다양화와 자율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예정대로 추진할 뜻임을 거듭 밝히고 있다. 반면 윤 위원장은 "은행의 우월적 지위가 남용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중소 보험사들의 견해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며 "시행시기를 예정대로 할지, 연기할지 검토하고 있다"며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같은 발언은 지난달 취임 이후 윤 위원장이 거듭 강조해온 은행과 비은행간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정책방향의 연장선으로 해석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이 은행의 대출과정에서 `보험끼워팔기` 등 부당행위를 했는지에 대해 내달초부터 실태조사에 착수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여기서 나오는 결과들을 종합해 입장을 정리한 뒤 재경부와 협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결국 2단계 방카슈랑스 시행이 어떻게 결론날지를 예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다. 다만 주무부처인 재경부의 입김이 강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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