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리, `주식과 채권` 사이..중립선언

정명수 기자I 2003.08.13 04:54:13
[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주식 투자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면서 채권시장에도 쇼크를 주지 않아야하는 어려운 여름방학 숙제를 `심플`하게 처리했다. 지난번 숙제를 그대로 옮겨 제출한 것. 12일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발표한 성명서는 지난 6월 25bp(0.25%포인트) 금리를 내릴 당시와 상당히 유사하다. "명확한 언어로 정책 스탠스를 설명하라"는 시장의 요구를 이전 성명서에 썼던 용어를 반복 사용함으로써 피해나간 것이다. FOMC 발표문은 6개 항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경제 활동을 지원하는 순응적(accommodative) 통화정책을 유지한다.(The Committee continues to believe that an accommodative stance of monetary policy, coupled with still-robust underlying growth in productivity, is providing important ongoing support to economic activity.) 둘째, 6월이후 노동지표의 혼재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출이 탄탄해졌다.(The evidence accumulated over the intermeeting period shows that spending is firming, although labor market indicators are mixed.) 셋째, 기업들의 프라이상 파워와 코아 인플레이션의 증가는 정체 상태다.(Business pricing power and increases in core consumer prices remain muted.) 넷째, 경기 상승과 하강 위험은 같지만, 바람직하지 않은 인플레이션의 하락 가능성이 인플레이션 가능성보다 높다.(The Committee perceives that the upside and downside risks to the attainment of sustainable growth for the next few quarters are roughly equal. In contrast, the probability, though minor, of an unwelcome fall in inflation exceeds that of a rise in inflation from its already low level.) 다섯째, 바람직하지 않은 인플레의 하락 가능성에 대해 우려한다.(The Committee judges that, on balance, the risk of inflation becoming undesirably low is likely to be the predominant concern for the foreseeable future.) 결론적으로 순응적인 통화정책을 상당 기간 유지한다.(In these circumstances, the Committee believes that policy accommodation can be maintained for a considerable period.) FOMC 발표문은 첫째, 둘째, 셋째 항목이 한 문단으로 묶여있고, 이후 넷째부터 여섯째 항목이 또 다른 문단을 이룬다. 첫째 항목은 연준리의 정책 스탠스를 선언한 것인데 지난 6월 발표문과 같다. 금리를 동결했지만 정책 스탠스가 같다는 의미다. 둘째, 셋째 항목은 경기 상황에 대한 연준리의 인식이다. 연준리는 노동시장과 물가 문제만 언급했다. 6월 발표문에는 금융시장 환경이 같이 언급돼 있었다. 노동시장 지표가 아직도 혼재돼 있다고 표현함으로써 고용 문제가 여전히 연준리의 초점임을 강조했다. 두번째 문단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인플레이션의 하락"은 디플레이션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이번에도 연준리는 `디플레이션`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았다. 넷째, 다섯째 항목은 6월 발표문과 거의 유사하다. 경기 하강 가능성과 상승 가능성이 같다는 표현도 유사하다. 연준리가 디플레이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같은 단어와 비슷한 문장으로 강조한 셈이다. 6월 발표문과 다른 것은 순응적 통화정책을 한동안 유지한다는 마지막 여섯째 문장이다. 이는 그린스펀이 의회 청문회에서 수차례 직접 말한 것을 명문화한 것이다. 주식시장은 두번째 문장과 마지막 문장을 읽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연준리가 노동시장에 대해 여전히 관심을 가지고 있고, 지출(spendig)이라고 표한한 `경기 회복`에 무게를 뒀다고 생각한 것. 순응적 통화정책은 혹시 모를 디플레 방지책으로 일종의 보험인 셈이다. 채권시장은 100% 만족한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 문장에서 위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채권 투자자들은 그린스펀이 의회 청문회에서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표명한 이후, 더 이상의 금리인하가 어렵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채권시장은 대신 "당장 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아니다"는 말을 분명하게 듣고 싶어했다. 채권시장은 "저금리 정책을 한동안 유지한다"는 말을 `글`로 확인함으로써 투자심리를 추스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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