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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A회사만 확인한 게 아니다. 식품회사의 결산 시즌을 맞아 기자는 주요 식품회사의 실적 IR자료와 관련 보도자료를 일일이 뒤져봤다. 실적 IR자료를 빠짐없이 내놓는지, 그 공개 수준은 어떤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정부가 그렇게 강조하고 있는 밸류업의 양대축이 주주환원과 주주소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상외로 국내 주요 식품회사는 IR자료 공개에 소극적이었다. 지닌달 중순(18일) 당시 잠정 실적 공시 등에서 3조원 이상을 기록한 상장 식품회사 11개 가운데 4분기 실적을 공시하면서 IR자료와 보도자료를 함께 공개한 기업이 단 4곳에 불과했다. CJ제일제당(097950)과 KT&G(033780), 롯데칠성(005300)음료, CJ프레시웨이(051500) 4곳뿐이다. 요약하면 대기업인 CJ와 롯데 식품 계열사, KT&G뿐인 셈이다.
실적과 관련된 IR자료는 주주에 대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정보공개다. 지난해 기업이 한해 어떻게 농사를 지었는지, 어떤 점이 부족했고 올해 경영환경은 어떻게 예상하며 그런 환경에서 어떻게 회사를 운영하겠다는 기본 그림을 밝히는 자료다.
실적 관련 IR자료나 보도자료가 동반되지 않으면 회사 실적 발표는 단순한 몇 개의 숫자 조합에 불과하다. 도대체 어떤 이유로 실적이 나빠졌는지 알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반대로 실적이 좋아졌다고 해도 혹시 일회성 이유 덕분은 아닌지, 그래서 앞으로의 지속가능성은 어떤지 도통 가늠할 수 없다. 대부분의 식품 사업이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여러 사업 부문을 영위하고 있는 데다 해외 부문이 커지면서 시장 상황 변화도 빨라지고 있어서다.
IR자료 ‘지각 공개’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 최종적으로 회계법인의 검토를 통한 확정된 숫자를 내놓은 것도 의미가 있지만, 이런 방식이 바람직했다면 현재 대다수의 대기업들이 잠정 공시에 맞처 IR자료를 내놓은 것이 설명이 되지 않는다. 실적 관련 숫자가 나중에 변할 수 있는 리스크를 감안하더라도 잠정 공시를 통해 시장과 소통하는 편이 종합적인 시장에 대한 정보 제공 차원에서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주주와의 소통에 소극적인 회사는 주가 부양에서도 유리하기 어렵다. 투자를 하고 싶어도 정보 비대칭이 심한 상황에서는 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고자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한 주가가 오르기는 쉽지 않다. 대주주의 ‘편법 승계’ 등을 위해 일부러 주가를 누르는 게 아니라면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야 한다.
“주가 변동성이 매우 적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 식품업계에는 삼양식품(003230)처럼 시장에서 존재감이 커진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자연스럽게 주주나 투자자들과 좀 더 활발하고 다양하게 소통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IR자료와 보도자료를 모두 내놓으면서 주주와의 소통에 적극적인 한 식품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모든 식품회사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