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에서 허가를 받았지만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허가는 아직 받지 않은 해외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사들이 보다 빠르게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바이오업계는 골관절염 세포치료제 개발기업 바이오솔루션(086820)의 수혜를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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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 등 3개 중앙부처는 지난 9월 7일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의료 개방 확대를 위한 시범 프로젝트를 이달부터 시행하기로 의결했다. 베이징과 상하이·광저우·하이난이 우선 대상 도시로 지정됐다. 자국이 아닌 해외 기업의 줄기세포 제품이나 세포·유전자 치료제 생산부터 처방, 투약까지 허용되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하이난의 경우 하이난 당국의 승인만 받아도 추가 임상시험을 하지 않거나 간단한 가교 임상만을 거쳐 제품 판매와 유통이 가능한 식이다.
이 프로젝트는 해외 세포·유전자 치료제의 중국 진출을 법적, 제도적으로 지원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해외 기업들의 참여가 예상된다. 중국은 이번 프로젝트 시행을 통해 자국의 제약·바이오 산업 고도화 및 의료·보건 수요 충족과 함께 해외 기업 유치를 통한 자국 내 인력 고용 확대 등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시행일인 이달 1일 이후 특별한 시행령이나 중앙정부의 지침이 내려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은 의료시장 추가 개방으로 정해졌고 이후 시행과 관련해 지방 정부의 권한에 맡기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언급했다.
중국의 의료 개방 추진 사업으로 적지 않은 수혜가 예상되는 곳은 바이오솔루션이다. 바이오솔루션은 자가 세포 기반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 카티라이프부터 화상피부치료제인 케라힐과 케라힐-알로까지 3가지 제품에 대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바이오솔루션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 허가받은 골관절염 세포 치료제는 없다.
바이오솔루션의 대표 제품인 카티라이프는 환자 본인의 세포를 채취해 배양한 다음 다시 이식하는 시술이다. 카티라이프는 4세대 자가 연골 세포치료제로 무릎 연골을 사용하지 않고 건강한 늑연골 세포를 사용해 연골 재생력과 조직 생착률을 향상시킬 수 있다. 카티라이프는 2017년 11월 국내 임상 2상 종료 후 2019년 3월 3상 진행을 조건으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현재 주요 대학병원에서 카티라이프가 시술되고 있다.
지난 4월 발표한 카티라이프 임상 3상 1차 결과에 따르면 병변의 자기공명영상(MRI) 평가를 기반으로 한 국소연골 부위 변화 평가(MOCART) 점수가 시험군(카티라이프 투여군)이 대조군(미세천공술 시행군)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은 개선 효과를 나타냈다. 임상 3상은 내년 초 종료될 것으로 카티라이프는 보고 있다.
◇“하이난 올해 안 진출 목표”
바이오솔루션은 올해 안으로 하이난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 하이난 지역은 2013년부터 이미 의료특구로 지정돼 전국의 주요 의료 기관과 우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등 시설이 집중돼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생산 시설 등 제반 시설이 이미 갖춰진 만큼 기업들이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이 곳에서 생산한 의약품 일부는 중국의 다른 지역으로도 유통이 가능하다. 바이오솔루션 제품 중 하나인 케라힐-알로는 최대 6개월 이상 보관이 가능해 제품 수요가 있는 중국 내 다른 지역 병원으로도 보낼 수 있다.
바이오솔루션은 지난 몇 년간 중국 진출 기회를 모색해 왔다. 바이오솔루션은 최근 잇단 학회 발표들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바이오솔루션은 지난달 아시안 연골 및 골관절염 컨퍼런스(ACCO2024)에 참가해 골관절염 치료제 개발사 중 유일하게 구두 발표를 진행했다. ACCO란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 연구자, 의료 전문가들이 모여 연골재생과 골관절염 분야의 연구성과에 대해 공유하고 토론하는 국제학회를 말한다. 바이오솔루션은 최근 중국 하이난 보아오에서 개최된 ‘아시아 태평양 무릎 관절경 및 스포츠 의학 학회’(APKASS)에서 골관절염 치료제 카티라이프를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다고 밝혔다.
바이오솔루션에 따르면 중국의 골관절염 환자 수는 2019년 기준 약 1억 3281만명에 달한다. 국내의 경우 골관절염 환자는 437만명, 시장 규모는 4750억원으로 바이오솔루션은 추정하고 있다. 단순 비교 시 중국은 한국 시장보다 규모가 30배 가량 크다.
바이오솔루션 관계자는 “골관절염 치료제는 미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고가 치료제로 인식돼 매출과 이익에 큰 기여가 가능하다”며 “중국 의료개방 확대로 자사에 미칠 영향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준비하고 있다. 진출 길이 열린다면 중국에서도 자사 제품의 독보적인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