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은행(IB) 업계의 하반기 흐름을 묻자 다수 관계자로부터 돌아온 답변이다. 앞서 올해 1분기에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는 지난해 기준 국내 등록된 AC 461개사 중 362개사만이 투자를 집행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최근 들어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는 모양이다.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상위 30여 개를 제외하고는 AC들이 이렇다 할 투자를 집행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경기침체가 하반기까지 이어지면서 AC들의 혹한기도 길어지고 있는 탓이다. 이에 각사는 생존을 위해 VC 라이선스 취득 등 신규 비즈니스 모델(BM)을 내놓기 위해 분주하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현재 상황이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 겪는 ‘진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조만간 몇 년 전에 결성한 첫 펀드를 청산하는 사례가 줄줄이 나올 전망이라 지금 시기만 견디면 씨앗을 뿌린 성과를 거둘 AC들이 늘어날 거라는 기대감이 조성되고 있다.
|
이 같은 상황에 다수 업체는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의 기술 창업 투자 프로그램 팁스(TIPS) 운영사로 선정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대학기술지주나 지역거점 창조경제혁신센터, VC들까지 선정 경쟁에 뛰어들면서 쉽지 않은 모양이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VC 업계가 업황 악화에 펀드 운용 비즈니스로 살아난 것처럼 AC도 신규 비즈니스 모델(BM)을 자체적으로 만들어야 살아남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새로운 BM을 확보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VC 라이선스 획득이 꼽힌다. 유망한 초기 스타트업 발굴해 보육하고, 후속투자까지 직접 진행해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까지 책임지는 회수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퓨처플레이를 시작으로 올해 에트리홀딩스, 소풍벤처스 등이 AC업을 영위하다 VC로 영역을 확장했다.
특히 퓨처플레이는 지난해 VC 라이선스를 딴 이후 후속투자 기능을 확대해 내년 2016년에 만든 첫 펀드의 청산을 앞두고 포트폴리오사의 M&A와 IPO 사례를 대거 창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7월 기준) △뷰노 △노을 △이노스페이스 △에스오에스랩이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고, 국내 대기업에 M&A된 케이스가 8개에 달한다.
아예 초기 창업가를 중심으로 펀드를 조성하는 모델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김진영 더인벤션랩 대표는 지난 6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인사이트 포럼’에 참석해 ‘서치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냈다. 서치펀드는 초기 창업가가 직접 펀드를 만들고, 투자자에 자금을 모집해 중소기업을 인수하는 투자 모델이다. 특히 일본에서 창업가와 지역사회에서 인구소멸로 후계승계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잇는 형태로 발전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가 지역 AC와 스타트업 활성화를 중요 아젠다로 삼고 지역 모태펀드 출자사업을 적극 펼치는 만큼 적합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외에도 씨엔티테크는 국내에서 활용하고 있는 AC 투자 모델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만들어 글로벌 AC에 수출하는 방안을 내놨다. 국내 스타트업 육성 모델이 해외로 수출되면 국내 AC나 스타트업이 해외 진출에 나서기 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구상이다.
한편에서는 조만간 펀드를 청산하는 사례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업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초기 투자에 대한 가설이 검증되려면 엑시트(투자금 회수)까지의 한 사이클을 얼마나 많이 만들지 전략이 필요하다”며 “내년부터 엑시트 텀이 돌아오는 AC가 늘어나면서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