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2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협치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연금 개혁도 동시에 언급해 주목된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일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에서 진료지원(PA) 간호사 제도화를 위한 간호법 제정안을 비롯, 비쟁점 민생 관련 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뜻을 모았다. 같은 날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연금 개혁을 서두르자”고 말했다. 전날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연금개혁특위를 구성해 연말까지 합의안을 만들자”고 제안한 데 대한 화답이다.
말만 들으면 여야가 금방 연금 개혁 추진에 돌입할 것 같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걸림돌이 하나둘이 아니어서 낙관할 일이 아니다. 민주당은 국민연금 모수(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를 적시한 정부안부터 가져오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정부와 국민의힘은 국회가 연금 개혁 논의를 주도해야 하며 국민연금뿐 아니라 기초연금과 직역연금도 포함한 연금 체계 전반의 구조 개혁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이로 미루어 특위 구성은 21대 국회의 전례도 있으니 어렵지 않겠지만 특위의 역할과 구체적 의제, 운영 방식 등을 놓고는 여야가 힘겨루기를 하며 또 다시 시간 끌기에 들어갈 수 있다
연금 개혁은 더 늦출 수 없는 과제다. 국민연금의 최근 5년간 연평균 지출 증가율은 14%로 보험료와 투자수익을 합한 수입 증가율 10%를 4%포인트 웃돌았다. 이런 추세라면 지출이 3년 뒤 보험료 수입을 넘어서고, 17년 뒤에는 투자수익까지 더한 수입 총액을 능가해 적자로 전환될 전망이다. 개혁이 하루 늦어질 때마다 국민연금 기금 손실이 1000억원을 넘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데도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까지 연금 개혁을 차일피일하는 것은 배임이자 직무유기다.
2년 뒤인 2026년 6월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선거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올해와 내년이 연금 개혁의 적기라는 뜻이다. 여야 원내지도부가 말한 대로 연내에 합의안을 도출하고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입법 처리를 하는 것이 합리적 일정이다. 그러려면 처음부터 의제를 둘러싼 입씨름 대신 단계별로 나눠 논의를 신속히 진행, 가시적 성과를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