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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장은 국내보다 엑시트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어 국내 AC에 매력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판 코넥스 시장인 그로스 시장이 잘 형성돼 있어 기업가치가 낮은 수준에서도 기업공개(IPO)가 수월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AC 업계 한 관계자는 “빠르게 상장하거나 매각하는 분위기에 다시 새로운 스타트업을 차리는 연쇄 창업가도 많다”며 “사람에 투자하는 다수 AC 입장에서는 이들을 믿고 투자하기에 환경이 좋다”고 말했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2027년까지 유니콘 100개를 육성하고자 물심양면으로 스타트업을 돕고 있다. 또한 스타트업 담당 상을 신설해 5년간 스타트업 투자규모를 10조엔(약 87조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 같은 분위기에 국내 VC들은 지난 연말부터 기회를 포착하고 일본 출장길에 나서는 등 펀드 조성이나 알짜 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했다.
국내 VC 중 일본 투자시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곳으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와 신한벤처투자가 꼽힌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일본 VC DNX벤처스가 운용하는 벤처펀드에 출자자(LP)로 나서며 일본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DNX벤처스는 주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곳이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도 이를 통해 일본 SaaS 투자에 집중할 전망이다.
신한벤처투자는 일본 VC 글로벌브레인(GB)과 한국과 일본의 첫 공동 벤처펀드를 결성했다. 신한-GB 퓨처플로우 펀드로 50억엔(약 437억원) 규모로 결성됐다. 딥테크 스타트업 투자를 주력으로 삼고 있으며, 최근 첫 번째 투자처로 일본 차량광고 플랫폼 스타트업 에센을 낙점했다.
하지만 VC 업계 일각에서는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의 입김이 센 시장이라 진출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일본 스타트업 투자 가운데 절반 정도가 CVC로부터 이뤄진 투자일만큼 CVC의 퍼포먼스가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에는 글로벌 CVC 투자 건수 상위 10개사 중 절반을 일본이 차지할 정도였다. 대기업이 스타트업 육성에 적극 나서니 민간이나 외국계 VC가 파고들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외에도 대형 펀드나 세컨더리 마켓이 이제 막 생겨나는 등 아직 큰 기회가 없어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VC 업계 한 관계자는 “먹거리가 풍부하지만 VC 입장에서는 너무 앞단에서 그치는 경우 많아 아직 기회를 엿보고 있는 분위기”라며 “업계 다수가 현지 투자사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거나 아예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단계까지 가려면 좀 더 기다려봐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