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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발생한 날은 2019년 8월 21일이었다. 조씨는 이날 오후 서울 관악구의 다세대 주택에서 별거하던 아내 박모(당시 41세)씨와 아들 조모(당시 6세)군을 흉기로 수십차례 찔러 살해했다.
피해자들의 몸에는 자상 흔적이 남아 있는 상태였지만 방어흔은 드러나지 않았다. 순식간에 이뤄진 범행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었다.
이들의 시신은 같은 달 23일 연락이 닿지 않는 것을 걱정해 찾아온 박씨의 아버지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은 박씨 아버지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지만 건물 내부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특히 자택에 외부침입 흔적이 없고 범행에 사용된 흉기나 범인의 발자취, DNA도 발견되지 않아 용의자를 특정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
조씨는 범행 이후 부인과 아들의 장례식장에 20~30분만 머물다 가거나 범죄 관련 영화를 내려받아 보는 등 행동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경찰로부터 사망 소식을 전해들었을 때는 아내와 아들의 사망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가족이 어떻게 숨졌는지 등을 물어보지도 않았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현장 감식자료와 감정 등을 통해 범인을 특정한 뒤 한 달여 뒤 조씨를 검거해 구속했다.
◇法 “법정서도 반성 안 해”…무기징역 확정
수사기관에서부터 혐의를 부인하던 조씨는 법정에서 “22일 오전 1시 35분께 집에서 나올 때 아내와 아이가 모두 살아 있었다”고 주장했다. 최후변론에서는 “저도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잃은 피해자로 누구보다 범인을 잡고 싶어하는 아빠”라며 눈물 흘리기도 했다.
또 피해자들의 사망 시간을 추정한 근거인 ‘위 내용물 검사’가 학계에서 부정확하게 받아들여지기에 사망 시간을 특정할 수 없고 조씨에게 살인죄를 물을 수 없다고 했다.
당시 법의학자 6명은 피해자들 위에 남아 있던 내용물을 분석해 사망 추정 시간은 마지막 식사 추정 시간인 21일 오후 8시 이후 6시간 이내라고 결론지었다.
‘위 내용물 검사’는 변수가 많아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 2명 모두 유사한 소화 정도를 보였고 6세인 아들은 성인에 비해 변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적다는 점을 고려해 신빙성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대에 피고인은 대부분 함께 있었다”며 “그 외에 제삼자가 살해했을 가능성은 추상적 정황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이 사형 구형할 때 외에는 조씨가 가족의 사망 현장 사진이나 부검 사진 등을 봐도 미동하지 않았고 범행 전후 살인 범죄와 관련된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받아 시청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아내와 아들은 죽는 시간까지도 피고인을 사랑하고 존중했는데 오랫동안 불륜관계를 이어온 피고인은 피해자들을 살해할 치밀한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겼다”며 “피고인은 공판에서 냉정한 태도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엄중한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조씨와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2심 재판부가 이를 기각한 뒤 대법원이 조씨의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