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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수영장 앞으로 찾아가 B씨에 “불장난이면 여기서 끝내라”며 경고를 했다. 두 사람이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이혼해 주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B씨는 C씨와 헤어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는 거짓말이었다. 두 사람은 A씨 몰래 잦은 만남을 이어갔다.
결국 A씨는 아내와 B씨를 간통죄로 고소하고 아내의 가족에게도 불륜 사실을 알렸다. 이혼을 위한 법적 절차도 밟았다. 하지만 아내 C씨가 “다시는 B씨를 만나지 않겠다”고 빌자 어린 자녀가 눈에 밟혀 고소를 모두 취하했다.
두 번의 용서에도 두 사람은 또 만났다. 2013년 1월 A씨는 또다시 아내가 B씨를 만난 사실을 알게 됐다. 분노에 휩싸인 A씨는 B씨에게 전화를 걸어 “봐줄 만큼 봐줬으면 그만 해야 될 것 아니냐”고 화를 냈다. 이번에도 A씨는 “정리했다”는 아내의 말을 믿었지만, 그 해 4월에 또 두 사람이 만난 것을 알게 됐다. 아내는 또 빌었고, A씨는 그 약속을 믿었다.
사건이 벌어지기 직전인 4월 15일에는 A씨가 아내를 미행해 한 모텔에서 차를 주차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분노한 A씨는 아내를 차에서 내리게 한 뒤 B씨에 전화를 걸었다. B씨는 전화를 피했고, A씨는 다음날인 4월 16일 새벽 아내의 휴대전화로 B씨에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B씨가 받았다.
B씨는 아내와 만난 적이 없다며 부인했지만, 이 역시 거짓말이었다. 전화를 끊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B씨가 아내에게 다시 전화를 건 것이었다. A씨는 이미 두 사람의 반복된 기만에 분노로 가득 차게 됐다. A씨는 B씨를 만나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 달라고 했다. 만약 B씨가 거절하면 살해하기로 마음을 먹고 집안에 보관하던 공기총을 꺼내 들었다.
B씨는 A씨와 만나 순순히 각서를 써 줬다. 이에 A씨는 민형사상 책임을 B씨에 묻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써 줬다. 마지막으로 A씨는 B씨에 “내 아내를 만날 것이냐”고 물었는데, B씨는 이를 비꼬는 듯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해 봐야겠다”고 답했다. 이 한 마디로 A씨는 살인을 결심했다.
A씨는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지만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비록 A씨가 자신의 아내와 B씨의 계속된 불륜에 오랜 기간 극심한 심적 고통을 겪으면서 어떻게든 가정을 지켜보고자 인내하고 노력했던 점을 아무리 감안 하더라도 한 사람의 생명을 침해하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친지들은 물론 지인들, 학원 학부모들까지 A씨에 대해 선처를 구하는 간곡한 탄원을 계속하는 것을 보면 도대체 어떻게 A씨가 이러한 극단적 범행을 저지르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며 “B씨가 각서를 주고받은 후 사과하거나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오히려 비꼬는 말투로 무시하자 A씨가 끝내 범행을 저지르게 된 점도 고려했다”고 했다.
2심에서 A씨는 징역 10년으로 감경을 받았다. 2심 재판부는 “B씨가 A씨 아내를 만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써줬으면서도 약속을 지키지 않고 만남을 계속했고 사건 당일에도 A씨를 자극하는 언행을 계속했다”며 이는 특별 감경 요소가 된다고 봤다. A씨는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