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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아버지의 짐이 가득 들었을 것으로 생각해 열어보지 않았던 상자에는 여성의 사체가 들어 있었다.
이양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수사에 나선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체 부검을 의뢰한 결과 상자 속 여성은 이양의 친어머니인 윤모씨(50·세)였다.
살해된 지 12년 가까이 지난 상태였던 시신은 비닐로 10겹 이상 싸여 있어 거의 진공상태가 유지됐기 때문에 부패 정도도 심하지 않아 얼굴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다만 얼굴과 목 주위에 흉기로 여러 차례 찔린 흔적이 발견됐다.
경찰은 아버지가 상자를 테이프로 밀봉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있다는 이양의 진술에 따라 이양의 아버지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하고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양의 아버지는 소재 파악 이틀만인 2월 15일 경기도 부천에 있는 지인의 집에 은신해 있다 경찰에 검거됐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모든 범행을 자백하고 “숨진 부인과 딸에게 미안해 시신을 가지고 있었다”며 “영원히 시신을 보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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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용산구 후암동의 한 다세대주택 1층 단칸방으로 이사할 예정이었던 이씨는 이사 문제로 아내 윤모(당시 39세)씨와 심하게 말싸움을 했다.
이씨가 “새 방을 구했으니 그쪽으로 가자”고 하자 아내 윤 씨는 “더 좁은 집으로 왜 이사를 가냐”며 완강히 거부했다.
심한 부부싸움 끝에 이씨는 우발적으로 흉기로 윤씨의 목을 찔러 살해했다. 그리고 윤씨의 시신을 가로ㆍ세로 50cm, 높이 1m 크기의 종이 상자에 담고는 흰색 비닐로 10겹 이상 둘러싸 밀봉했다.
다음 날 아침 이씨는 윤씨의 시신이 들어 있는 상자를 이삿짐인 양 새집으로 옮겼다. 그리고는 이웃들에게 “아내는 병원에 입원했다”고 둘러댔다.
이후 그는 전국을 떠돌며 막노동 등 단기 일자리로 돈벌이하면서 한 달에 한두 차례만 집으로 찾아왔다. 당시 8세였던 그의 딸은 2~3평 남짓한 방에서 자신도 모르게 어머니의 시신과 함께 12년간이나 살아야 했다.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아내 윤씨의 친족들이 12년간 윤씨의 실종에 의문을 갖지 않은 것을 이상하게 여겼지만, 윤씨와 친척들은 경제적인 문제로 10년 넘게 연락을 끊고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씨는 사건이 밝혀진 지 두 달만인 2011년 4월 13일 재판부로부터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