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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은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취임식을 열고 “대법원장으로서 법관의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을 소명으로 여기겠다”며 “재판 제도와 사법 행정의 모든 영역에서 법관이 부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요소가 있는지 잘 살피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는 재판 지연 문제 해결을 가장 시급한 핵심 과제로 꼽았다. 그는 “재판 지연의 원인에 대해 다각적 분석을 통해 엉켜있는 실타래를 풀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사소한 부분부터 재판 제도 등에 이르기까지 각종 문제점을 찾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이 처음으로 결재한 업무는 바로 내년 1월 1일 퇴임하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후임 천거 절차다. 대법관 임명제청을 위해서는 추천위원회 구성부터 최종 후보 선정까지 최소 석달이 걸린다. 공백 동안 대법원 소부 구성 및 전원합의체 구성도 상당 부분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조 대법원장은 최대한 빠르게 대법관 후임 천거 절차를 마무리해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7년 9월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아래서 우리나라 대법원은 사상 처음으로 ‘진보 우위’ 구도를 보였다. 당시 진보 성향 8명 대 중도·보수 6명의 구도였던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위법 판결, 사적 공간에서 남성 군인 간의 성관계 무죄 판결 등 진보적인 판결을 이어왔다. 이에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사회의 진보를 이끌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이념 편향으로 인해 사법부 불신이 높아졌다는 부정적 평가도 나왔다.
이번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후임 천거 절차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법원 구도 개편이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 7월 박정화·조재연 대법관의 후임으로 중도·보수 성향의 서경환·권영준 대법관이 임명되며 중도·보수 7명 대 진보 7명으로 구도가 개편됐다. 이후 김 전 대법원장이 물러나고 조 대법원장이 취임하면서 중도·보수 8명 대 진보 6명의 구도로 역전됐다. 안 대법관은 중도·보수, 민 대법관은 진보 성향으로 알려져 있는데 만약 조 대법원장이 중도·보수 성향의 대법관을 2명 임명제청할 경우 2024년 대법원의 구도는 중도·보수 9명 대 진보 5명으로 기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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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시작으로 윤석열 정부 내 대법관은 총 9명 교체될 예정이다. 앞서 교체된 3명의 대법관(김 전 대법원장 포함)까지 합치면 총 12명이다. 윤석열 정부 남은 임기 내 퇴임하는 대법관은 안철상·민유숙·김선수·이동원·노정희·김상환·노태악·이흥구·천대엽 대법관으로, 이 중 5명이 진보 성향이다. 만약 조 대법원장이 이 5명을 모두 중도·보수 성향의 법관으로 교체한다면 이론상 중도·보수 13명 대 진보 1명의 구도가 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이처럼 극단적으로 대법관이 구성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특히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조 대법원장의 성향에 따라 보수와 진보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임명제청권을 활용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고법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조 후보자의 성향과 사법부라는 특성상 진보 성향 대법관을 대폭 줄이고 보수 성향의 대법관을 대폭 늘리는 식의 인사는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에도 진보 성향 대법관이 늘어나긴 했지만 중도·보수 성향 대법관의 임명으로 균형을 맞췄다”고 분석했다.
조 대법원장은 앞서 지난달 9일 보수화 우려에 대한 질문에 “한평생 법관 생활을 하면서 한번도 좌나 우로 치우치지 않고 항상 중도의 길을 걷고자 노력했다”며 “(사법부 보수화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