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CNN 등이 서울에 지국을 내는 것은 중요한 이유가 있다. 평양에 지국을 내기 어려우니 가까운 서울에서라도 취재를 하자는 것이다. 취재 중요도가 높은 것은 단연 북한이다. 한국 사람들은 서울에서 전쟁 날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지만, 외부의 눈으로 북한·중국·대만·러시아·일본 등과 가까운 한국은 준(準)분쟁 지역에 가깝다. 한국을 잘 모르는 유대인 눈에도 서울의 위치는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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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가장 관심을 쏟는 지정학 이슈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니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다. 공산당의 정통성과 직결된 대만 문제는 중국이 바로 발끈하는 이슈다. 대만은 남중국해, 동중국해를 발판으로 태평양까지 힘을 뻗치려는 중국에 전략적인 요충지다. 반대로 미국 입장에서 중국의 태평양 진출·팽창을 막을 교두보가 대만이다.
기자가 뉴욕과 워싱턴 취재 현장에서 놀란 점은 대만 전쟁에 대한 우려가 상상 이상이었다는 점이다. 주요 외교군사 싱크탱크들은 중국이 언제 대만을 침공할지, 어떻게 공격할지, 얼마 만에 전쟁을 끝내려 할지 등을 계속 시뮬레이션 한다고 한다. 심지어 금융시장 인사인 댄 나일스 사토리펀드 설립자는 “중국이 최소 5년 안에 대만을 통일하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과 타이베이는 민간 여객기로 2시간 반 거리다. 대만의 문제는 곧 한국의 문제다.
더 주목할 건 북한이 함께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중국 혹은 북한 어느 한 나라와 군사적으로 충돌하면 결국 남은 다른 국가와도 전쟁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이 역내 미군 병력 증강에 위협을 느껴 중국 편에 가담하거나 주한미군의 방위 태세가 약해졌다고 보고 선제공격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그 전장이 한반도라는 점은 뻔하다.
‘미국 고립주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시나리오 역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의 정치 슬로건 자체가 세계 동맹국들의 안위보다 미국 시민의 살림살이에 더 쏠려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정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트럼프의 생각에 엘리자베스 워런 같은 민주당 내 인사들마저 공감한다”며 “‘왜 이렇게 다른 나라들을 도와야 하느냐’는 미국 내부의 불만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은 그렇게 안전한 나라가 아니다. 거칠게 말하면, 북한과 언제든 넘을 수 있는 작은 철책 하나 놓고 아슬아슬하게 살고 있는 나라다. 최근 긴박한 국제 정세를 보면서, “한반도에서 당장 내일 전쟁이 날 수 있다”는 준비 태세가 불가피하다는 현실이 우려스럽다. 전쟁은 모든 것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재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