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피의자가 수사검사 선정하겠다니 …특검도 방탄인가

논설 위원I 2023.03.06 05:00:00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50억클럽’ 등 대장동 개발 비리를 수사할 특별검사(특검)법안을 제출하면서 특검 후보를 이재명 대표가 임의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이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당내 무더기 이탈표로 방탄의 둑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첫 공판에 출석한 지난 3일 이 같은 내용의 특검법을 발의했다. 이 대표 수사를 막기 위해 결사적으로 방탄에 매달린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피의자가 수사 검사를 고르도록 교묘히 구도를 짠 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이번 법안의 특검 임명절차를 보면 대통령은 자신이 소속되지 않은 국회 교섭단체가 추천한 2명의 후보 중 한 명을 특검으로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 구도상 민주당만이 단독으로 후보자 풀을 구성할 수 있는 셈이다. 아무리 다수당이라 해도 특검후보자 선정을 합의 없이 독단적으로 밀어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특검 후보추천을 야당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건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특검법’이나 문재인 정부의 ‘드루킹 특검법’처럼 어디까지나 현직 대통령이나 정권의 핵심 실세가 연루됐을 때일 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거꾸로 야당 대표가 핵심 피의자로 수사받는 상황이다. 곽상도 전 의원은 50억 클럽의 여러 피의자 중 한 명일 뿐 사건의 본류는 이재명 전 성남시장의 배임과 뇌물혐의다. 그런 면에서 민주당이 이런 법안을 밀어붙이는 건 논리상 윤석열 대통령을 사건에 엮어 물타기를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민주당과 이 대표는 대선 과정 내내 대장동 사건을 ‘윤석열 게이트’로 선동하며 사실을 호도해 왔다.

1심에서 무죄가 나온 50억 클럽 사건은 문재인 정부 검찰의 부실수사가 근본 원인이다. 검찰이 새로운 수사팀으로 전모를 밝히겠다는 각오를 굳힌 상황에서 특검 도입은 수사를 지연시키려는 의도로 비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피의자가 특검을 입맛대로 선택하도록 절차를 짠 건 형사소송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민주당은 이미 이 대표에 대한 수사검사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입법까지 추진 중이다. 대표 개인의 비리를 방어하기 위한 민주당의 입법폭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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