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지성’ 이어령 1주기
추모전부터 전집 특별판 출간
“이어령의 기억은 지금부터”
단독 집필 저서만 185권
내달 23일까지 도서관 전시실
| 고(故) 이어령 1주기 추모 특별전시 ‘이어령의 서(序)’가 24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본관에서 개막했다. 초대 문화부 장관으로 우리나라 문화 정책의 기틀을 마련한 시대의 지성을 추모하기 위한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도서관과 영인문학관과 공동 기획했다(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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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서울시 문화 행정의 동반자’(고건 전 국무총리), ‘남긴 말씀 하나하나가 느낌표였다’(김대진 한국예술예술종합학교 총장), ‘신명의 꽃으로 돌아오소서’(김덕수 사물놀이 창시자), ‘선생이 가르쳐준 실체적 문명’(소설가 박범신), ‘제 생각에 집을 지어주신 선생님’(굴렁쇠 소년 윤태웅 영화배우) 등….
‘지성의 거인’ 이어령(1934∼2022)의 귀환이다. 지난해 2월 26일 타계한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1주기를 맞아 고인의 생각과 언어들이 책과 전시로 돌아왔다.
부인인 강인숙 영인문학관장은 이 전 장관을 “네오필리아(새로움을 추구하는 인간)였다”고 회고했다.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1주기를 앞두고 열린 추모 특별전 ‘이어령의 서(序)’ 개막식을 찾은 강 관장은 “내 오랜 친구이자 남편, 그리고 늘 ‘내가 가진 가장 좋은 걸 주고 싶은 사람’이었다”며 “전시 덕분에 이어령 씨가 영혼의 시대를 살게 됐다”고 말했다.
|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1주기 추모식에서 부인 강인숙 영인문학관장이 유족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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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문인이었고 석학이었으며 언론인, 교수, 88올림픽 굴렁쇠 기획자였고 행정가이자 최고의 공직자였다. ‘문학사상’ 등 문예지 창간에 중추적 역할을 했고, 1990년 초대 문화부 장관을 맡아 한예종 설립을 주도했다. 이날 개막식을 찾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고인은 함부로 규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박 장관은 “고인은 한곳에 머물지 않는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이 그의 삶 속에 있다. 미지의 길을 찾는 지적 모험과 용기는 그의 본능”이라고 했다.
국립중앙도서관과 영인문학관이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 ‘이어령의 서(序)’는 ‘시대의 지성’이 살며 가장 오래 머문 곳이자 마지막까지 유작을 쓴 공간인 서재를 전시장에 구현했다. 서는 새로이 선생을 맞이하는 머리말, 끝나지 않을 기록을 기억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3개의 원형 공간으로 구성된 ‘창조의 서재’ 코너는 고인이 총괄 기획한 1988년 서울 올림픽 개회식에 등장해 평화의 상징이 된 굴렁쇠를 본떠 만들었다. 고인의 손때가 묻은 필기구, 육필원고 등 유품을 볼 수 있다. 고인이 단독 집필한 책 185권 가운데 ‘저항의 문학’(1959년) 등 대표작 5권의 초판본도 전시됐다. 특히 ’저항의 문학‘은 선생이 가장 자랑스러워했던 저서 중 하나로 알려져있다.
1주기 기념 출간도 활발하다. 21세기북스는 22일 24권으로 구성된 ‘이어령 전집’을 출간했다. ‘저항의 문학’ ’바람이 불어오는 곳’ ‘축소지향의 일본인’ 등 대표작을 비롯해 총 34종 24권으로 구성된 전집은 작고 전 이 전 장관이 일일이 다시 손을 보고 재편집을 거친 유일의 정본 전집이다. 7명의 회고담을 묶은 이어령 추모 문집 ‘신명의 꽃으로 돌아오소서’도 21세기북스에서 펴냈다.
특별판 출간도 이어진다. 지난 2021년 출간 이후 20만부 이상 팔린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은 새 표지 특별판으로 돌아왔다. 고인의 마지막 육필원고를 엮은 유고집 ‘눈물 한 방울’도 원본 노트 특별판으로 돌아온다.
한편, 이날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이어령 1주기 추모식도 거행됐다. 문화평론가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 문정희 국립한국문학관장,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 배우 유인촌, 황희 전 문체부 장관, 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장, 21세기북스 김영곤 대표 등 문화계 인사 20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