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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화재 진압 중이던 10일 오후 11시 5분께 숭례문에 걸려 있던 현판은 소방관들이 톱으로 떼어 내 다른 곳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1층 지붕을 타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떨어진 현판은 전체에 크고 작은 금이 생기고 일부 파편이 유실되는 등 손상됐다.
방화범은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던 채모 씨로 자신이 소유한 토지가 신축 아파트 건축 부지로 수용되는 과정에서 받게 된 토지 보상액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벌였다. 화재가 발생한 지 23시간 만인 2월 11일 오후 7시 40분께 인천 강화군의 전처 집에서 검거됐으며, 2008년 10월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년형이 확정됐다.
방화 이후 서울시가 화재 감지기나 경보 시설도 없이 야간에는 경비용역업체에 숭례문 관리를 일임하는 등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점이 지적되는 등 관계 당국에도 숭례문 소실에 대한 책임의 화살이 쏟아졌다. 그해 4월 채 씨의 1심 선고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도 “사전에 화재를 효과적으로 진압할 수 있는 충분한 대책이 있었더라면 숭례문이 전소되지는 않았을 것이라 숭례문 소실의 책임을 모두 피고인에게 돌리기는 어렵다”면서 문화재 보호 관계 기관에도 책임이 있음을 지적했다. 정부는 숭례문 방화와 같은 사건의 재발을 방지한다는 의미로 2월 10일을 법정기념일인 ‘문화재 방재의 날’로 지정해 2011년부터 매년 기념하고 있다.
숭례문은 혈세 225억원이 투입된 5년 3개월의 복원 작업 끝에 2013년 5월 다시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200억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됐음에도 서울시가 받은 보험금은 9500만원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보험이 제대로 가입돼 있었으면 막대한 혈세가 절약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방화 후 일각에서는 숭례문이 화재로 소실됐기에 국보 1호 타이틀을 다른 문화재에 양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으나 이는 없던 일이 됐다. 애초 국보의 번호는 등재 순서대로 번호가 매겨진 것인데다, ‘1호’라는 상징성을 감안하더라도 화재 전후 숭례문의 역사적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이후 국보 등에 매겨진 번호를 중요도에 따른 의미로 혼동하는 사람이 많아 지정 번호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문화재보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이 2021년 11월 19일부터 시행되면서 공식적으로 ‘국보 제1호’라는 표현은 사라지고 ‘국보 서울 숭례문’ 으로 표기가 바뀌었다.
한편 2018년 3월 9일 새벽엔 교통사고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한 40대가 홧김에 ‘보물 1호’인 흥인지문(동대문)에 무단 침입해 미리 준비한 종이 상자에 불을 붙인 아찔한 사고도 발생했다. 다만 4분 만에 조기 진화돼 흥인지문 1층 담벼락이 조금 그을리는 피해에 그쳤다. 공교롭게도 숭례문 방화범 채 씨가 만기 출소한 지 한 달 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