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미디어 아티스트 정철용(46·사진) 감독은 지난 17일 막이 오른 공주 공산성 미디어아트쇼 ‘백제연화Ⅱ’의 주인공이 “특정 인물이나 유적·유물이 아닌 ‘백제인’”이라고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미디어아트쇼가 펼쳐지는 장소는 지난해와 같은 공주 공산성이지만, 영상의 소재와 스토리, 표현 기법은 확연히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그가 올 가을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신 있게 공주 공산성 미디어아트쇼를 꼽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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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무령왕이 고구려를 연파하고 갱위강국을 완성한 전초기지가 바로 공주 공산성입니다. 500년 한성 백제의 영화를 뒤로 한 채 웅진으로 떠나와 공산성을 축조하고 갱위강국의 꿈을 실현하기까지 백제인들이 겪은 드라마틱한 삶의 역정을 표현하기 위해 최종 리허실 직전까지 영상과 특수효과 수정을 반복했습니다.”
정 감독은 올해 문화재청이 전국 8개 시·군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세계문화유산 미디어아트 사업 가운데 공주 공산성 미디어아트쇼 총연출을 맡았다. 우연한 기회에 본 백제금동향로의 세련된 매력에 푹 빠져 백제 문화에 관한 작업에 욕심을 갖고 있던 터였다.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공주 공산성 미디어아트쇼의 주제는 ‘백제의 물결’. 그는 미디어아트 기법을 통해 해상왕국 백제의 탄생, 온갖 시련을 이겨내는 백제인의 기상, 한류 열풍의 시조(始祖)로서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백제 문화의 생명력을 총 3편의 2분짜리 영상으로 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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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감을 살리기 위해 화면(컷)을 지난해보다 3배 가량 많은 30컷으로 늘렸습니다. 화상과 이미지 등 영상 선예도를 높이기 위해 레이저쇼도 추가했어요. 그리고 영상의 웅장미를 살리기 위해 지난해 공산성 금서루에만 쏜 영상을 올해는 성곽 아래 언덕으로 과감히 넓혔습니다.”
20년 경력의 디지털 미디어 전문가인 정 감독은 최근 전국 지자체에 불붙은 미디어아트 제작 열풍에 대해 뼈있는 조언을 남겼다. 미디어파사드 등 미디어아트를 화려한 그래픽을 이용해 이미지를 나열하고 조합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놉시스~트리트먼트~시나리오~콘티 제작 등 한 편의 장편영화를 만드는 것과 똑같은 체계적인 제작 준비(프리 프로덕션) 과정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공주시와 문화재청이 주최하고 정 감독이 총괄 제작한 공주 공산성 미디어아트 백제연화Ⅱ는 다음달 16일까지 계속된다. 공산성 안 성안마을 등 곳곳에선 형형색색 조명과 LED패널로 연출한 화려한 조형물도 만나 볼 수 있다. 미디어아트쇼는 공산성 금서루에서 매일 오후 7시 30분과 8시, 8시 30분 모두 3회에 걸쳐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