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받은 수술 ‘백내장’. 2016년부터 2020년간 부동의 1위다. 백내장 수술이 최근 더 급증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 건수가 2016년 51만 8,663건에서 2020년 70만 2,621건으로 35.5% 증가했다. 수술환자 수로 따지면 45만 4,068명이다. 우리나라 전체 수술 건수 증가율 3위다. 2020년 인구 10만 명당 백내장 수술 건수도 1,329건으로, 압도적 1위다. 2위인 제왕절개(554건)의 두 배가 넘는다.
백내장 수술비용(비급여 제외)도 전체 수술 중 2위다. 2016년 4,944억 원에서 2020년 8,131억 원으로 65% 급증했다. 건당 수술비용은 2016년 95만 원에서 2020년 116만 원으로 증가했다. 입원 일수는 1.1일로 수술 중 가장 짧았다.
연령별로는 40대 미만 4,035건, 40대 3만 1,772건, 50대 15만 1,154건, 60대 23만 633건, 70대 21만 3,566건, 80대 이상 7만 1,461건으로 연령이 증가할수록 수술건수가 증가 양상을 보인다. 노인 인구의 증가와 함께 백내장 수술비가 실손보험금 청구가 되면서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 ‘당뇨병·자외선 노출’ 백내장 유발
백내장은 노화가 주원인이다. 보통 40세가 지나면 서서히 수정체 혼탁이 온다. 여성이 남성보다 유병률이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백내장 수술 환자 중 여성이 26만 190명, 남성이 19만 3,878명으로 나타났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모른다. 폐경기 여성에서 백내장의 유병률이 더 높게 나타나, 에스트로겐 감소가 원인으로 추정된다. 그 외 근시, 당뇨병, 일광 노출, 흡연, 스테로이드 복용 등이 백내장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당뇨환자는 더 주의가 필요하다. 당뇨가 수정체부종과 혼탁을 유발한다. 자외선도 백내장을 일으킨다. 광합성 자극으로 수정체 세포가 손상될 수 있다. 실제 국내 한 연구에서 주로 실외에서 일광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은 직업일수록 백내장 유병률이 높았다.
스마트폰 사용과 백내장의 상관관계는 의견이 분분하다. 청색광(블루라이트)이 수정체 산화스트레스를 증가시켜 백내장 원인이 된다는 것이 2014년 광화학 및 광생물학지를 통해 밝혀졌다. 하지만 스마트폰이나 TV, 노트북 등 전자기기 화면에서 나오는 청색광은 상점 조명의 절반, 햇빛의 1/10 정도로, 백내장 유발 위험은 적다.일산백병원 안과 송민경 교수는 “스마트폰이나 TV, 노트북에서 나오는 청색광 양이 적기 때문에 눈에 위험할 정도는 아니다”며 “하지만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으로 생체리듬이 깨지고 수면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면, 수면을 통해 제거되는 활성산소가 효과적으로 제거되지 않으면서 수정체 노화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 수정체 중심부 혼탁, “아침, 시력 저하→저녁 시력 회복” 현상 나타나
눈을 카메라에 비유한다면 수정체는 렌즈다. 수정체(렌즈)가 혼탁하게 변하는 것이 백내장이다. 증상으로는, 먼저 시력이 떨어진다. 빛이 수정체를 통과하면서 산란해, 물체가 둘로 보이는 단안복시가 나타나고 눈부심이 심해진다. 또한 중심부 혼탁이 심해지면 밝은 빛이 밝은 낮에 시력이 더 저하되고, 저녁에는 시력이 좋아지는 현상도 보인다.
노안과 백내장 증상이 비슷해 오해하는 환자도 많다. 보통 노안은 가까운 물체 초점이 안 잡힌다. 반면 백내장은 가까운 물체뿐만 아니라 먼 사물도 안보이고, 뭔가 뿌옇게 보이는 증상이 추가된다. 수정체 자체가 혼탁해졌기 때문이다. 노안은 수정체 기능이 떨어진 것이기 때문에 돋보기를 착용하면 시력이 교정된다. 하지만 백내장으로 인한 시력 저하는 안경으로는 교정되지 않는다.
송민경 교수는 “백내장 진단은 안과 전문의가 안구 구조를 확대해서 관찰할수 있는 ‘세극등 현미경’을 이용해 수정체의 혼탁도를 보고 진단할 수 있다”며 “자가 진단은 어렵지만, 갑자기 시력이 떨어지고 뿌옇게 사물이 안 보이는 등 백내장 증상들이 느껴진다면 정확한 진단 후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백내장 오래 방치 시 ‘녹내장 발생, 시신경 손상 위험 증가’
백내장 완치를 위해선 수술해야 한다. 현재까지는 약물로 백내장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안약이나 알약 처방은 항산화 효과를 가진 약물로, 혼탁 진행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언제 수술 받아야 할까? 대부분의 백내장 수술은 응급은 아니다. 하지만 백내장 수술이 필요한 사람이 수술하지 않고 방치하면 시력이 심하게 저하된다. 수술 자체 난이도도 올라간다. 녹내장이 발생해 2차적인 시신경의 손상도 발생할 수 있다. 백내장이 있다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며 적정한 시점에 수술받는 것이 좋다.
반대로 백내장이 없는데 수술을 받는 것은 일반적으로 백내장 치료 목적보다 인공수정체로 대체해 굴절력을 변경하는 시력 교정 목적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수술 과정은 똑같기 때문에 추가적인 합병증과 부작용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백내장 시력 저하로 생활에 불편하다면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 혼탁한 수정체를 인공수정체로 교체하기 때문에 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 인공수정체는 여러 종류가 있다. 일반적인 인공수정체는 단초점이다. 원거리나 근거리 한가지 초점만 맞추게 된다. 즉 멀리 있는 곳이 잘 보이게 수술했다면 가까운 거리는 돋보기를 써야 한다.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다초점 인공수정체가 개발됐다. 이는 이중초점, 삼중초점, 초점거리 연장 등 원거리와 근거리 모두 잘 보이게 된다. 일명 ‘노안 백내장 수술’이라고 불린다.
다초점 인공수정체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송민경 교수는 “다초점 인공수정체가 초점을 분산시키기 때문에 단초점 인공수정체보다 선명도가 떨어지고, 눈부심과 그림자 져 보임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빛에 민감하거나 예민한 성격이라면 다초점 인공수정체 수술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 안구건조증 환자, 건조증 치료 후 백내장 수술 도움
백내장 수술은 기술의 발달로 눈에 2~3mm 정도의 작은 통로로 수술한다. 다른 수술에 비해 비교적 안전하다. 하지만 모든 수술에는 합병증,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가장 흔하게 호소하는 부작용은 건조증이다. 수술 후의 각막신경 변화로 건조증이 발생할 수 있다. 평소에 건조증이 심한 환자라면 미리 건조증 치료를 충분히 받은 후 수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외에 ▲눈 안에 세균이 감염되는 안내감염 ▲인공수정체가 위치에서 벗어나는 인공수정체 탈구 ▲검은자인 각막 손상으로 각막 부전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백내장 수술 후 안내 감염 발생 예방을 위해 수술 후 1~2주 정도 세안이나 머리감기 등은 하지 않는다. 수술 후 4주간은 목욕탕, 수영장은 피하는 것이 좋다. 수술 후 처방받은 안약은 감염방지와 염증을 줄이기 위해 사용되므로, 용법에 맞게 사용한다.
씻는 것을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환자들이 여름철 수술을 피하려고 하지만, 계절에 따른 수술 결과의 차이는 없다. 백내장은 수술로만 치료할 수 있어 여름이라도 불편감이 있다면 수술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백내장 수술 직후 선글라스를 꼭 착용해야 하는 건 아니다. 혼탁했던 백내장이 깨끗한 인공수정체로 변하면서 빛에 민감해질 수 있다. 빛에 적응하는 과정에 선글라스 착용이 도움이 된다면 착용해도 된다. 야외에선 투명한 인공수정체의 자외선 차단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망막 등을 보호하기 위해서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시중에 판매되는 눈 영양제는 황반변성 예방이나 건조증 개선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과 각종 물질이 들어있는 것으로, 백내장 예방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송민경 교수는 “기저질환 중 당뇨의 경우 백내장의 유병률을 높이므로, 당 관리 등이 백내장 발생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자외선이 백내장 발생에 영향을 미치므로, 평소 백내장의 진행 억제를 위해서 일광차단을 위한 모자나 선글라스 착용을 권유한다”고 말했다. 이어 “백내장은 노화와 관련해 발생하는 수정체의 변화이므로, 발생을 완전히 예방하는 방법은 없다”며 “백내장 증상이 있다면 수술 전 철저한 검사를 통해 합병증 발생 위험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