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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은행권 대출금리 인하, 상생ㆍ배려의 본보기 될 수 있길

논설 위원I 2022.07.05 05:00:00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에 속속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4일부터, NH농협은행은 이달 1일부터 우대금리를 확대 적용하는 방식으로 주택관련 대출 금리를 낮춰 신규 대출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제는 신한은행이 기존 대출 금리까지 낮추는 조치를 취했다. 주택담보대출에 적용하는 금리를 1년간 연 5%로 제한하기로 했다. 지난 4월 대출금리 인하를 발표한 KB국민은행도 추가적인 인하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시장 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시기에 은행들이 일부 대출 분야에 한정해서나마 너도나도 금리인하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직접적인 이유는 정부의 압박과 무관치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금리상승 시기에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크게 가중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사실상 대출금리 인하 유도를 지시했다. 같은 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금리 인하조정을 압박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과 경기침체로 자영업 도산이 일상화하는 등 민생고가 극심한 상황에서도 은행들이 오히려 이자 장사로 특수를 누렸다는 사실 앞에서 그런 지적은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그룹은 지난해 14조 5429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전년에 비해 34%나 증가했다. 이 중 80% 이상이 이자이익이다. 이런 기록적인 이자 장사는 올해 상반기에도 계속됐다. 채무자들이 벌이가 시원찮아 이자 내기에 허덕이는 시기에 은행들은 예대금리차를 넉넉하게 유지하는 방식으로 쉽게 큰 돈을 벌고 성과급 잔치를 즐겼다. 은행에 대한 민심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이런 탓이 크다고 봐야 한다.

어려운 시기에는 누구보다도 먼저 은행들이 고통 분담에 나서줘야 한다. 은행 경영에 문제를 초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상생의 정신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대출자의 부담을 줄여주기 바란다. 주택담보대출 외에도 사업자대출 등 다양한 대출 상품에서 금리 인하가 가능한 부분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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