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악기·소리, 예술품이 되다…네빈 알라닥 '모션 라인'전

이윤정 기자I 2022.06.01 00:12:00

국내 첫 개인전…7월 24일까지
''행진곡'' ''공명기'' 연작 등
''소리'' 기반 설치·영상 작품 선보여
"생생한 이미지 세계 경험해보길"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베이스 기타와 첼로 등을 하나로 묶은 ‘현악기 공명기’와 작은 종들, 가죽, 브론즈를 조합해서 만든 ‘타악기 공명기’까지. 하프·만돌린·차임 등 다양한 문화권의 전통 악기들도 하나의 예술품으로 재탄생했다. 조각과 악기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소리와 움직임을 모색하는 ‘공명기’ 연작에서다.

세계적인 설치 작가 네빈 알라닥의 국내 첫 개인전 ‘모션 라인(Motion Lines)’ 전이 오는 7월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열린다. 전시의 타이틀인 ‘모션 라인’은 애니메이션에서 인물이나 사물의 움직임을 선으로 표현하면서 이들의 소리, 감정, 움직임을 나타내거나 전후 동작을 연결하는 효과를 의미한다.

김민정 큐레이터는 “네빈 알라닥은 새로운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새로운 인식의 틀을 제안하는 작가”라며 “특히 소리라는 독특한 형식을 통해 실험적인 전시를 선보이는데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에 좋은 전시란 생각에서 국내에 소개하게 됐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네빈 알라닥 ‘공명기’(사진=바라캇 컨템포러리).
◇음악·형태·움직임이 예술로

터키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독일로 이주한 네빈 알라닥은 베를린을 기반으로 해서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작가다. 19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일상의 사물, 건축양식, 도시와 자연 풍경에서 작업의 재료를 찾고 이를 설치, 조각,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로 실험하면서 소리의 가능성을 탐구해왔다. 관람객의 시청각적 경험을 자극하는 그의 작업 세계는 문화적 정체성, 관습과 계층 등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발생하는 여러 구조적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네빈 알라닥 전시 전경. 정면 벽에 보이는 작품이 ‘행진곡’이다(사진=바라캇 컨템포러리).
대표작인 ‘행진곡’(2014)은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1번 A장조로 알려진 터키 행진곡의 마지막 악장을 갤러리 벽을 따라 확대해 눈앞에 펼쳐 놓았다. 음표로 치환된 반구형 대포알들이 하얀 갤러리 벽을 따라 설치돼 하나의 거대한 악보를 만들었다. 바젤역사박물관에 소장된 19세기 포탄들을 94개의 녹슨 철에 캐스팅한 설치작품이다. 모차르트 곡의 아름다운 선율을 몸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장이면서 동시에 대포알이 상징하는 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강력한 이미지로 전한다.

3채널 영상 ‘세션 Session’(2013)은 사물이 만들어내는 움직임과 소리에 집중한 작품이다. 작가는 소리를 통해 도시와 그 요소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업을 구상하던 중 사회 경제적 노동력과 문화유산의 상당 부분이 파키스탄, 인도, 이라크와 아프리카 이민 공동체를 기반으로 세워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영상 속 악기들은 이민자들의 전통 악기들이다. 파도를 가로지르며 질주하는 종은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는 정치적 난민들의 삶을, 길가에 우두커니 놓인 쓸쓸한 악기의 모습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주자들의 정체성과 그들의 취약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전시장 2층 벽에 설치된 ‘소셜 패브릭(Social Fabric)’(2022)과 ‘잘리(Jali)’(2020, 2022), ‘패턴 킨쉽(Pattern Kinship)’(2022) 연작은 서로 다른 문화적 기원의 건축 양식과 전통 문양, 동물의 발자국 등을 패브릭, 알루미늄 등으로 콜라주한 작품들이다. 김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보이지 않는 움직임과 소리를 상상하도록 만든다”며 “음악, 형태, 움직임이 모두 결합된 생생한 이미지의 세계를 즐겁게 경험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네빈 알라닥 전시 2층 전경(사진=바라캇 컨템포러리).
네빈 알라닥(사진=바라캇 컨템포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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