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피신한 투자자 '울상'…3조 삼킨 해외펀드 '뚝뚝'

이은정 기자I 2022.04.06 00:36:19

해외 주식형, 석달새 3.6조 유입…수익률은 -9.6%
"국내보다 성과 저조…다만 장기 우상향 신뢰 더 커"
북미·중국 자금유입 뚜렷…부진해도 유망테마는↑
"단기 가격부침 있어도 메가 트렌드 기업 선별해야"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에 지친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형 펀드 저점 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수익률은 국내 주식형을 하회하고 있다. 올 들어 해외 주식형엔 3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고, 이는 국내 주식형 유입 자금의 2배 규모다.

전문가들은 해외 증시 정보 접근성이 강화된 측면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오를 거란 확신’이 더 큰 결과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증시 전반이 출렁이고 있지만, 국내 증시는 ‘디스카운트’(저평가)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해 투자심리가 더 꺾였다는 평도 나온다. 매크로 변수에 단기적으로 가격 부침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투자 관점에서 유망한 섹터·기업들에 대한 분할매수가 유효하다는 조언이 따른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해외펀드, 석 달새 3.6조 유입…수익률은 -9.6%로 국내 하회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일 기준 3개월 새 해외 주식형 펀드에는 3조5906억원이 신규 설정됐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는 1조852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 기간 수익률은 해외 주식형(-9.55%)이 국내 주식형(-8.64%)을 하회한다. 최근 1개월 새엔 국내 주식형(0.19%)이 ‘플러스’로 돌아선 반면 해외 주식형(-0.04%)은 ‘마이너스’다.

글로벌 증시는 금리 인상, 인플레, 러시아 침공 등에 전반적으로 침체를 겪고 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4일 기준 코스피는 연초 이후 7%대, 코스닥은 8%대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4%대, 나스닥100은 8%대 빠졌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9%대, 일본 니케이225는 5%대 내렸다. 주요 신흥국을 살펴보면 원자재 가격 상승 수혜가 예상되는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는 16%대로 나홀로 강세를 보였다. 인도 센섹스30은 2%대 올랐고, 베트남 VN지수는 1% 미만 하락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여러 국가들로 자산배분을 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국내·해외 주식자산이 모두 조정받으며 가격 매력도가 높아졌음에도 국내보단 해외 주식형 펀드를 ‘싸게’ 사려는 수요가 더 높은 분위기”라며 “국내 증시는 선진국 대비 금리인상도 조기에 시작하는 등 상승 여력이 뒤처지지 않는다고 보지만, 그간의 해외 증시 우상향 경험에 대한 신뢰, 국내 상장사의 횡령 이슈를 비롯한 저평가 요인들도 배경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자금 몰린 북미·중국 수익률은 저조…“장기 우상향 기대”

지역별로 살펴보면 3개월간 북미 주식형 펀드 유입액이 1조7402억원으로 가장 크다. S&P500 지수는 올 1분기 말 기준 약 5% 내리며 7개 분기 만에 하락 전환했다. 나스닥 종합은 약 9% 하락했다.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긴축 가속화 우려가 커지면서 성장주들이 출렁였다. 다만 실적 전망이 밝은 성장주들은 상승 기대감을 이어가는 등 우상향 확신을 키우고 있다는 평이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증시는 전통적인 성장주와 가치주 구분을 벗어나고 있다”며 “대표적인 성장주 테슬라와 가치주 월마트가 약 한 달간 각각 20%대, 10%대 강세를 보였는데 올해 순이익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란 전망과 최근까지 주당순이익(EPS) 추정치가 꾸준히 상향 조정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 주식형 펀드도 3개월간 수익률은 -17.30%로 저조하지만, 1조3175억원의 자금이 설정됐다. 이 기간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 유입액의 3분의 1 수준이다. 코로나19 봉쇄에 따른 경기 둔화와 러시아 사태가 G2(미국·중국)간 이념 갈등으로 번진 데 따른 제재 우려 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중국의 자립 경제체제 구축 속에 중장기 성장할 산업은 유망하다는 판단이다. 신승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전기차로의 대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변화로, 일시적 소비 위축이 전기차 시장 축소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 주식형 펀드의 3개월 수익률은 -68.23%로, 이에 러시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신흥유럽 주식형 펀드도 -48.10%를 기록했다. 반면 브라질 주식형 펀드는 29.98%로 가장 많이 상승했고, 이에 권역별 중남미 주식형 펀드도 25.96%로 큰 폭 올랐다.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자원부국에 대한 반사수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 “국가별 경기 흐름 유의…메가 트렌드 유망 섹터·기업 선별”

운용업계는 단기 매매 리스크가 높아진 만큼 펀드를 통한 장기 투자를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아직 주요 매크로 악재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가 남아있어 국가별 경기 흐름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요 메가 트렌드를 쫓는 상품의 경우 가격이 빠질 때 분할매수하는 방식이 유효하다고 봤다.

오민석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ETF운용본부 본부장은 “지난해 중국 전기차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미래운용의 해외 주식형 펀드 성장이 두드러졌고 올해에도 미국 나스닥 하락에도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상품을 저점 매수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해외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정보 접근성이 확대, 펀드 상품 다양화, 변동장 등 환경에서 단기적인 가격 부침에도 장기 투자관점에서 접근하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매크로 변수가 가시지 않은 만큼 주요국 경기 흐름에 유의하면서 유망한 섹터들에 관심을 갖고 산업·기업을 선별 분할매수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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