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황태 생산지 강원도 인제 용대리 함경도 원산의 특산물로 알려져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 용대리에 정착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 반복 황태해장국, 황태구이 누구나 좋아해
강원도 인제의 용대리 황태덕장에는 겨우내 얼었다 녹기를 반복한용대리 황태가 찬란한 봄날을 기다리고 있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차가운 바람결 사이로 아련하게 스며든 봄바람이 살가운 시기. 눈꽃 세상이던 강원도 인제 용대리에는 겨우내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며, 꾸덕꾸덕 말라가는 황태가 찬란한 봄날을 기다리고 있다. 명태가 한낮에 촉촉하게 부풀었다가 밤공기에 꽁공 얼어붙기를 반복하며 넉달을 견뎌야만 부드러운 황태로 환골탈태한다. 겨우내 폭설과 칼바람을 버텨낸 이들이 맛볼 수 있는 한겨울의 선물이 바로 황태인 셈이다.
46번 국도를 타고 가다보면 진부령과 미시령이 갈라지는 용대삼거리. 이맘때면 용대삼거리에서 어느 방향으로 보든 나무기둥 촘촘히 명태를 걸어놓은 덕장이 보인다. 황태는 본래 함경도 원산의 특산물이다. 바싹 말린 북어와 달리 원산의 것은 명태 몸이 두툼하게 유지되면서 살이 노랗고 구수한 맛이 깊어진다. 그 비결은 온도다. 추운 날씨에 꽁꽁 얼었다가 낮의 햇볕에 물기가 증발되면서 황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들이 그 맛을 내기 위해 강원도 일대를 찾아다니다가 1960년대 이곳 용대리에 일부가 터를 잡았다.
강원도 인제 용대삼거리 쪽에 있는 용바위식당의 황태해장국
황태를 만드는 일은 전적으로 하늘에 달렸다. 콧속이 쩍쩍 달라붙도록 추운 날에 명태를 걸어야 바로 얼어 부패하는 일이 없다. 또 영하 15℃ 이하의 날이 두 달 넘게 유지돼야 한다. 제 몸의 운을 전적으로 하늘에 맡긴 명태는 그저 하늘만 바라보며 긴 겨울을 버틴다. 그리고 봄바람 부는 3월께 거둬 머리에 구멍을 뚫고 싸리로 꿴 후 3~4개월 숙성해야 비로소 노란빛이 도는 황태가 완성된다. 명태에서 황태까지 무려 서른 세번의 손길을 거쳐야만 하는 긴 과정이다.
황태는 그대로 껍질을 벗겨 속살을 먹는 게 가장 맛있다. 이른 봄 황태의 맛은 제대로 오른다. 바싹 마르기 전에 아직 촉촉한 속살의 결이 남아 있어 살을 발라내는 작업도 수월하다. 그냥 먹어도 구수하지만, 불에 살짝 구우면 고소한 풍미가 노릇노릇 살아난다.
영양분도 풍부하다. 특히 춥고 건조한 겨울을 보내는 한국인에게 최적이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몸에 쌓인 노폐물을 제거한다. 여기에 간장을 해독하는 등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가 탁월하다. 뇌 발달에도 좋아 성장기 아이들과 노인에게도 좋다. 용대리에는 황태 요리 전문점만 수십여 곳에 달한다. 가장 기본적인 메뉴는 맑고 구수한 황태해장국과 매콤한 황태구이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메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