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애그테크(Agtech, 농업+기술)와 대체육 산업에 대한 투자는 나날이 신기록을 세우고 있고, 글로벌 기업들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다양한 기술을 통해 업무 프로세스 자동화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투자가 일시적으로 주춤했지만, 올해는 혁신 부문 투자를 통해 보다 건강한 일상을 되찾자는 움직임이 물씬 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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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기업정보 데이터베이스 크런치베이스와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 등에 따르면 글로벌 벤처 펀딩 규모는 이미 상반기 3000억달러(약 354조원)에 육박하며 신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대비 1100억달러(약 129조원)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올 한해 펀딩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올해에는 대체육과 애그테크 등 ESG에 대한 투자가 대거 이뤄졌다.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 말까지 애그테크 기업에 쏠린 투자금은 78억달러(약 9조2118억원)다. 애그테크란 첨단기술을 농산물 생산에 적용하는 기술로, 인간보다 획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어 식량 부족 현상의 대안으로 꼽힌다. 특히 친환경 농법 활성화와 농업사회에서의 노동력 부족 현상, 이상기후에 따른 식량부족 문제가 주목받으면서 떠오른 분야이기도 하다.
해당 분야에서 가장 인기 있는 투자 분야는 ‘질소비료 대체제’와 ‘인공수분(artificial pollination)’으로 꼽힌다. 실제 질소비료 대체제를 만드는 피보트바이오는 올해 다수의 VC로부터 4억3000만달러(약 5080억원)를 유치했다. 이 밖에도 생물다양성(biodiversity) 보존 및 기후변화 대응책으로 떠오르는 인공수분 관련 투자도 속속 이뤄진다. 예컨대 꿀벌과 같은 곤충을 활용해 농업 수확량을 확대하는 스타트업 비플로우(Beeflow)는 올해 6월 시리즈A 투자를 통해 830만달러(약 99억원)를 유치했다.
대체육 분야에 대한 투자도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제품의 기획부터 생산, 판매 과정 전반에서 지속가능성을 비롯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양상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면서 대체육이 각광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특히 소비자 건강을 챙길 뿐 아니라 동물 사육·도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어 투자 포트폴리오에 관련 기업을 속속 추가하고 있다. 올해 가장 주목받은 투자는 세포 배양육 기술 스타트업인 알레프팜(Aleph Farm)의 시리즈B 투자로 꼽힌다. 회사는 중동 최대 벤처 투자 플랫폼인 엘캐털튼(L Catterton)과 아부다비 국부 펀드인 디스럽트AD(Disrupt AD)가 주도한 시리즈B 라운드를 통해 총 1억500만달러(약 1198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우리나라에서는 CJ제일제당이 주요 투자처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 ‘신속 서비스+비용절감’…자동화 기술 베팅 속속
자동화 기술에 대한 글로벌 투자 행보도 돋보였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주문이 오프라인을 앞지르면서 자동화 창고 기술뿐 아니라 부가가치가 낮은 직종을 기계로 대체해 비용을 절감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거세진 덕분이다. 예컨대 미국 자율중장비 소프트웨어(SW) 개발사 ‘세이프AI’는 빌더스VC가 이끄는 시리즈A 투자 라운드를 통해 2100만달러(약 250억원)를 유치했다. 이 회사는 중공업 장비의 자동화를 돕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건설 및 광산 현장에서의 업무를 빠르고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시아에서는 손정의 회장의 일본 소프트뱅크가 노르웨이 기반의 첨단 물류 기술 기업 ‘오토스토어’의 지분 40%를 28억달러(약 3조1290억원)에 인수하는 메가딜 사례도 나왔다.
개인 건강과 직결된 서비스에도 투자가 이뤄진다. 특히 긴급 상황 시 사용자 위치 또는 건강상태를 911 등에 제공하는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진다. 예컨대 애플이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유명세를 탄 ‘래피드SOS’는 지난 2월 인사이트파트너스가 주도한 시리즈 투자에서 8500만달러를 유치했다. 회사는 현재 위치 추적 기술뿐 아니라 코로나19 테스트 결과 등 건강 데이터를 특정 기관, 커뮤니티 등과 필요 시 공유하는 서비스도 출시했다.
내년에도 이러한 투자 트렌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VC 업계 한 관계자는 “올 한해 글로벌 벤처투자는 환경과 자동화 등에 초점을 맞췄다”며 “내년에도 지속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요청이 빗발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글로벌 기업들은 관련 투자전략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