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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말 그대로 ‘추수감사절의 악몽’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견되면서 미국과 유럽 증시가 충격을 받고 있다. 고공행진을 하던 국제유가는 수요 부족 우려에 배럴당 70달러선이 깨졌다.
◇미·유럽 증시 폭락…항공주 타격
26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35분 현재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2.86% 하락하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28% 내리고 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17% 떨어지고 있고,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4.80% 폭락하고 있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무려 52.48% 폭등하고 있다.
이날은 미국 추수감사절 다음날이다. 이번 주말까지 사실상 연휴다. 이날 뉴욕 증시는 평소보다 빠른 오후 1시에 문을 닫고 그만큼 거래량도 적은 상태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악재가 등장하며 ‘묻지마 투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공포에 금융시장이 불안했던 와중에 델타 변이를 잇는 또다른 돌연변이가 나타난 것은, 말 그대로 엎친데 덮친 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일각에서는 델타 변이보다 ‘더 센 놈’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뿐만 아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30 지수,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현재 3~4%대 하락하고 있다.
특히 항공주가 타격을 받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이미 하늘길이 막힐 조짐인 탓이다. 델타 항공,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 미국의 주요 항공사들의 주가는 두자릿수 이상 폭락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트위터에 “회원국들과 긴밀한 조율을 통해 남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오는 항공편을 중단할 것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 체코, 네덜란드, 스페인, 오스트리아, 이스라엘, 싱가포르, 일본 등은 이미 남아공과 인근 국가에서 오는 항공편 중단과 자국민 외 입국 금지, 격리 등의 조치를 발표했다. 최근 국경을 활짝 연 미국 역시 다시 항공편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
◇고공행진 유가, 돌연 70달러 아래로
수요 급감 우려가 커진 원유 가격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이날현재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11.99% 떨어진 배럴당 68.9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한때 배럴당 80달러 중후반대까지 레벨을 높였다가, 갑자기 배럴당 70달러가 깨진 것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1월 인도분 브렌트유 역시 장중 10% 이상 떨어진 배럴당 73달러대에서 거래 중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위험 회피 신호가 강하다 보니, 초안전자산의 대명사인 미국 국채가격은 상승하고 있다(국채금리 하락).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1.485%까지 내렸다. 최근 1.7% 가까이 레벨을 높였다가, 미국 국채로 돈이 몰리자 금리가 급락했다.
그러나 이번 충격이 매수 기회라는 분석도 일부에서 나온다. BNY멜론 인베스터 솔루션의 아진 오덴은 “(연휴 기간에 따른) 적은 거래량이 폭락을 초래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지금이 매수 기회”라고 말했다.
한편 크리스티안 린트마이어 세계보건기구(WHO)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새 돌연변이가 전파력과 치명률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외신들은 이번 변이가 그리스 알파벳 순서상 ‘뉴(ν·nu)’ 변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