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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드디어 때가 왔다. 트렁크도 모자라 자동차 머리 꼭대기까지 한짐을 얹고 구불구불한 절벽길을 내달려 원하는 장소에 뚝 떨어질 수 있는 그때. ‘여행’이라는 게 우리 심장을 다시 뛰게 한 거다. 덕분에 작가 전영근(52)이 모처럼 떠난 ‘여행-봄폭포’(2013)도 덩달아 신바람이 난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떠남’인데 그 배경이 꽃피는 봄이면 어떻고, 색 바랜 가을이면 어떻고, 오돌오돌 떨리는 겨울이면 어떠랴.
작가는 참으로 오랜 시간 여행을 했다. 그림으로 떠난 여정 말이다. 이곳저곳 안 가본 데가 없지만 선호하는 코스는 따로 있는 듯했다. 푸른나무가 바위와 어우러진 아슬아슬한 비탈길, 그 곁으로 바다든 강이든 폭포든 물이 보이고, 하늘에 떡조각 같은 구름이 걸린 곳. 늘 동행하는 오래된 자동차도 이제는 풍경이 됐다. 지붕이 내려앉을 정도로 매달린 이불·침낭·가방은 이제 내 것처럼 여겨진달까.
여행의 목적이 누구에게나 평범할 순 없지만 그림으로 떠나는 작가의 그것도 단순하진 않다.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던져버리고 꼭 필요한 것만 챙겨 떠나는 사람들 모습을 통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생각했으면” 한단다.
17일까지 서울 강남구 학동로 갤러리세인서 고자영·김상열과 여는 기획전 ‘피토가든’(Phyto-Garden)에서 볼 수 있다. 예술로 느끼는 피톤치드를 말하는 거다. 같은 테마로 서대문구 홍연길 갤러리호호에서 여는 전시에는 고자영·박지현·정윤영의 작품이 걸린다. 캔버스에 오일. 72.7×53㎝. 작가 소장. 갤러리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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