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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랩어카운트 총 잔고(평가금액)는 144조938억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말 116조7967억원, 2020년 말 132조5280억원 등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2020년 한해 15조원 이상 늘어났다면 올해 상반기에만 11조5000억원이 증가한 것이다. 투자자 수도 2019년 말 170만6816명, 지난해 말 175만9801명에서 6월 말 183만3390명으로 1년 사이 7만명 넘게 증가했다.
일임형 랩 어카운트는 고객과 증권사가 투자일임계약을 체결하고 고객의 자산을 전문가들이 관리하는 일임자산관리 서비스다. ‘싸다’라는 뜻의 랩(wrap)과 계좌를 뜻하는 어카운트(account)가 결합된 단어로 다양한 금융상품을 하나의 계좌로 ‘싸서’ 관리할 수 있는 종합자산관리계좌다. 전문가가 자산 구성부터 운용, 자문, 사후관리까지 총괄적으로 관리해 고액 자산가들의 전용 상품으로 여겨졌다.
2010년 전성기를 맞았던 랩 어카운트는 주식형 특정 상품의 수익률 부진으로 일부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본 후 외면 받았지만 근래 부활하는 모양새다. 과거엔 증권사 또는 자문사가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제안하면 고객이 선택하거나 고객 스스로 운용하는 자문형 랩이 주를 이뤘다면 요즘에는 투자자가 투자에 관한 결정 권한의 일부 또는 그 전부를 투자자문사나 증권사에 일임하여 운용하는 일임형이 떠오르고 있다.
대형 증권사 PB는 “과거 랩어카운트 기초자산은 국내 주식, 펀드, 채권 정도에 한정됐지만 해외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리츠, 대체투자 등 기초자산이 다양해졌고, AI를 활용하거나 국가별·섹터별로 세분화 되는 등 선택지가 대폭 늘어났다”면서 “상품의 편리성, 높아진 접근성 등으로 고객 맞춤형 투자라는 랩 어카운트 취지를 더욱 살릴 수 있어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등으로 위축된 개인 투자자 사모펀드 시장의 반사이익도 작용했다. 2019년 6월 27조원대에 달했던 개인 투자자 사모펀드 판매잔고는 라임·옵티머스 사건사고를 겪으면서 17조~18조원대로 10조원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한동안 은행 창구에서도 쉽게 가입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었지만 가입 자체가 어려워진 영향이다. 개인 투자자의 비중도 2019년 7%대였지만, 7월말 현대 3.87%로 반토막났다.
문턱도 낮아졌다. 과거 최소가입 금액은 1억원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1000만원으로 내려왔다. 최소 가입금액이 10만원인 ‘메리츠펀드마스터랩(Wrap)’도 있다. 사모펀드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최소 3억원이 필요하다. 덕분에 통상 랩 어카운트는 고액자산가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 들어 대중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업계는 말했다.
증권사들도 적극적으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글로벌 우주항공부터 메타버스까지 다양한 테마 랩어카운트 상품을 시장에 내놨다. 미래에셋증권의 ‘글로벌X ETF 랩’, 삼성증권 ‘M-파인’, KB증권 ‘KB 에이블 어카운트’, NH투자증권 ‘NH크리에이터 어카운트 랩’ 등을 선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PB는 “사모펀드 규제 강화 등으로 랩 어카운트가 선호되고 있으나 결국은 투자 수단”이라면서 “비히클(투자수단)은 언제든 바뀔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선 기초자산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