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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회색 구름을 거둬내며 슬쩍 얼굴을 내민 오렌지빛 하늘. 한 해에 몇 번 보기 힘든 장관이다. 머문 듯하지만 구름은, 하늘은 늘 빠르게 떠나버리니까. 억겁의 시간을 놓고 볼 땐 찰나에 불과하다. 바늘같이 가는 그 순간을 낚아챈 이는 원로사진작가 송영숙(73).
작가는 폴라로이드 사진에 빠져 얼추 반백년간 표현주의 작업을 해왔다. 사진기를 바꾼 건 2년 전. 대단할 것도 없었다. 휴대폰에 붙은 카메라였으니. 자연에 섞인 하늘, 하늘에 엉킨 구름을 테마로 한 연작 중 한 점인 ‘어나더…메디테이션’(Another…Meditaion 1·2019)은 지난 2년여간 하늘만 올려다보며 건진 한 장면이다. 보이는 건 한 컷 단편이지만 품은 건 수십 컷 장편이다. 작가가 새긴 ‘빛과 그림자의 기록’이 보는 이의 기억과 감정을 수시로 자극하기 때문. 하늘을 봤을 뿐인데 달라진 건 일상이란 얘기다.
작가는 한미약품그룹 회장이란 직함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1969년 첫 전시 ‘남매전’부터 이어온 50년 사진내공은 빠지질 않는다. “자연과 사적이고도 친밀한 관계를 맺는 방법이 있는 듯하다”는 평을 받았다.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아트파크서 여는 개인전 ‘어나더…메디테이션’에서 볼 수 있다.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00×133㎝. 작가 소장. 아트파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