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새 '미니멀라이프(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 갖추고 사는 것)'가 유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단순하면서도 깔끔한 공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비단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미니멀 라이프는 생활 전반에서 주목받는다. 하지만 유행이 지속되자 미니멀리즘의 의미가 퇴색하면서 오히려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니멀 라이프를 위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물건을 모두 처분하고 새롭게 소비에 나서는 사례가 많아서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그저 '보여주기'에 불과한 미니멀리즘이 유행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갈 곳 잃은 기존 제품들…미니멀리즘의 희생양 돼
김모(25세·여)씨는 얼마 전부터 '욕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 중이다.
그는 "미니멀리즘이 유행하면서 가장 먼저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 바로 '바디워시'였다"며 "모든 부위에 사용 가능한 비누바를 구입해 사용 중"이라 밝혔다.
머리를 감을 때와 몸을 씻을 때 각각 다른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번거롭고 플라스틱 사용량도 많게 느껴져 이를 대체할 비누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
하지만 이전에 사용하던 바스 제품들은 여전히 남은 상태로 방치 중이다.
김씨는 "비누바를 사용하는 게 당연히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며 "한 가지 제품만 사용해도 되니 간편했다. 그런데 이전 제품을 어떻게 처리할 건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 욕실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한 친구들이 몇 명 있다"면서 "아마 기존 제품은 버리거나 이도 저도 아닌 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 덧붙였다.
미니멀리즘이 되레 소비 조장…본질에는 무관심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미니멀리즘을 '모방'하는 사례 역시 증가했다. 문제는 이런 모방이 역으로 소비를 부추긴다는 점이다.
안모(24세·여)씨는 구독 중인 유튜버의 미니멀리즘 인테리어 도전기를 본 이후 공간 미니멀리즘에 관심가졌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이 진짜 원했던 것은 미니멀리즘이 지니는 삶의 방향성이 아닌 '미니멀리즘 스러운 디자인'이었다고 했다.
그는 "거추장스러운 장식품 없이 깔끔해 보이는 방이 멋져 보여 나도 최소한의 물건만 꺼내 두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하지만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고 장식품들은 수납장에 정리했다. 그런데도 내 방은 영상 속 분위기와 달랐다"며 "결국 가구의 차이임을 깨닫고 비슷한 수납장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텀블러를 사용 중인 김모(19세, 여)씨의 상황도 비슷했다.
김씨는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자는 말에 처음으로 텀블러를 구매했다"며 "(텀블러의) 디자인도 예쁘고 환경 보호에도 동참하는 기분이라 뿌듯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로운 상품을 보면 구매 욕구가 생긴다고 전했다.
그는 "카페나 텀블러 브랜드에서 새 상품을 출시하면 인터넷에 많은 구매 후기가 올라온다"며 "하나를 갖고 있는데도 또 욕심이 난다. 자주는 아니지만 정말 마음에 드는 제품은 하나둘 사 모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텀블러와 같은 다양한 굿즈(상품)을 출시하는 날이면 오프라인 매장 앞에서 줄을 지어 구매를 기다리거나 해당 시즌의 여러 상품을 한 번에 구매하는 소비자들을 발견할 수 있다.
환경을 위해 소비의 최소화로 자원 낭비를 막으려는 첫 의도와는 달리 대체품을 통해 불필요한 소비를 지속하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환경재단 그린CSR센터 김보미 PD는 "미니멀리즘이 하나의 문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라며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물건마다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생활방식은 환경보호에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하고 싶다'라고만 생각하면서 미니멀리즘 제품을 구매하는 사례 역시 많아졌다"며 "텀블러를 생산하는 기업도 많다보니 과잉공급이 될 수 있다. 이는 오히려 환경에는 독이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이 아닌 '필환경'(필수로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스냅타임 김세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