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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에 거주하는 교사 이모씨는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날에는 확진자 동선을 알려주는 긴급재난문자를 1분 간격으로 다섯 통씩 받았다. 2017년 지진 후 재난문자 소리에 더 민감해졌다는 이씨는 “관계당국이 밤낮없이 수고하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긴급재난알림 문자가 연속으로 울리면 깜짝깜짝 놀란다”고 했다.
◇“재난문자 경보에 더 불안” 사흘간 일 년 치 발송
코로나19 사태 속 끊임없이 받게 되는 재난문자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확진자가 급증했던 지난 주말(2월 28일~3월 1일) 발송된 양은 2018년 연간 발송량(860통)을 넘겼다. 행정안전부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이 기간 전국 지자체가 발송한 재난문자는 911통이다.
최근 실시간 발송되는 재난문자는 확진자 동선을 최대한 빠르게 알려 감염을 막고자 하는 취지다. 과거 지진이나 화재 발생 등 사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동선 정보, 예방수칙 등 보다 넓은 내용을 빠르게 전할 수 있는 창구로 쓰이고 있다.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지진이나 화재처럼 당장 대피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데 잦은 발송뿐만 아니라 심야시간에 알림은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막상 긴박한 내용이 왔을 때 제대로 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요란한 알람과 달리, 문자 내용은 예방 수칙이거나 “오늘 발생한 확진자가 없다” 또는 “확진자 동선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세요”에서 끝나기도 한다. 시키는 대로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지만 재난문자 직후는 접속자가 몰리는 탓에 먹통이다.
◇유독 문자가 쏟아지는 이유...위치 기준은 어디?
재난 문자가 급증한 데에는 작년 9월부터 특별·광역시청뿐 아니라 시·군·구청도 보낼 수 있게 된 배경이 있다. 각급 지자체에서 문자를 발송하니 한 사람이 같은 내용을 여러 통 받기도 한다. 동선 정보는 내용이 긴 탓에 여러 차례 나눠 보내는 경우도 늘었다. 재난문자 글자수는 4G 휴대전화는 90자, 2G는 60자로 제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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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문자를 위해 따로 전화번호나 주소를 수집하는 것은 아니다. 지자체가 재난관리포털을 통해 재난문자 발송을 요청하면, 현 시점 그 지역 기지국에 연결된 모든 휴대전화에 일괄 발송하는 시스템이다. 도달 범위 기준이 수십㎞에 이르다보니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더라도 과천시가 발송한 문자를 받거나 안양에 사는 사람이 종로에서 보낸 문자를 받게 되는 것이다.
◇“무분별한 송출 줄이고 필요한 정보 보내자”
좀 더 밀접한 지역 정보를 보낼 수 있도록 개선하려는 움직임은 있다. 행안부는 통신사와 함께 문자 도달 거리를 좁히도록 개발 중이다. 다만 기술적 문제를 고려하면 빠른 시일 내에 바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서울시는 지난달 27일 각 구청에 공문을 보내 “코로나19 관련 잦은 긴급재난문자 발송으로 인해 인접 구 중복 수신에 따른 민원 발생 및 시민 불안이 가중될 수 있으니 무분별한 송출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일부 지자체는 긴급하지 않은 내용은 일반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받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일반 문자나 카카오톡은 재난문자보다 긴 내용을 담을 수 있고 경보음 대신 사용자가 설정해 놓은 방식으로 알림이 울리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와 광진구 등은 홈페이지에서 코로나19 상황 정보를 담은 문자 서비스 신청을 받고 있다. 마포구청은 카카오채널에서 친구 추가를 하면 카카오톡으로 실시간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전한다.
개인 차원에서 정보를 선별적으로 받도록 하는 방법도 일부 있다.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재난 문자 3가지 등급(위급재난, 긴급재난, 안전안내) 중 ‘위급재난’만 받도록 설정할 수 있다. 아이폰 사용자는 아쉽게도 거부와 수신 두 가지만 선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