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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백색국가 배제…수출허가기간 15→90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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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물자수출입 고시에 따르면 한국은 국제수출통제체제 가입 여부 등을 고려해 전략물자의 수출입통제 허가지역을 ‘가’지역과 ‘나’지역으로 구분하고 있다. ‘가’ 지역은 화이트리스트 국가로 이들 국가에 전략물자를 수출하는 한국 기업엔 3년짜리 포괄허가를 적용하고 있다. ‘나’ 지역은 허가신청서와 전략물자 판정서를 포함해 계약서ㆍ서약서 등 추가 제출 서류를 더 내야 하기 때문에 가 지역에 비해서는 수출 절차가 복잡한 편이지만 수출허가 처리기간은 최장 15일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 지역을 신설해 일본을 따로 분류하고 수출허가 처리기간을 현행 최장 15일에서 최장 90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관계자는 “국제평화 및 안보를 위해 만들어진 국제수출통제 체제는 회원국가 간 국제 공조를 위해 만들어졌지만, 일본이 한국을 수출우방국에서 제외한 만큼 더는 공조가 어려우니 우리도 이에 맞춰 제도개편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일본과 달리 구체적인 품목은 적시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앞서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4일 고순도 불화수소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만을 특정해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돌렸고 아직지 이에 대한 수출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리 측이 세계무역기구(WTO)협정 위반이라고 줄기차게 지적하는 부분이어서 똑같은 상응 조치를 할 경우 오히려 일본의 역공을 받을 수 있어서다. 정부는 일단 일본을 화이트국가에서 배제하는 조치를 취한 뒤 일본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추가 규제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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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팃포탯’ 전략 시동…日 허를 찌를 카드 관건
정부는 ‘팃포탯(tit-for-tat·일명 따라쟁이)’전략을 근간으로 일본과 줄다리기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비우호적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도 비우호적으로 대응하되, 일본이 우호적인 태도로 변화하면 우리 역시 대응 수위를 맞추는 방식이다.
해당 국가를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면 해당국에 대한 수출허가가 포괄에서 개별로 바뀌기 때문에 상대국에 대한 압박카드를 다양하게 동원할 수 있다.
일본은 이날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하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대 품목에 한정하지 않고, 우회 수출 또는 목적 외 전용 등에는 엄정하게 대처한다”는 명시했다. 언제든 개별 허가 품목을 확대해 수출 통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엄포다.
우리 정부 또한 일본의 대응에 따라 역시 특정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으름장을 날리는 방식으로 일본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로펌의 한 통상전문 변호사는 “일본은 이미 예상가능한 시나리오를 짜 우리를 공격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은 강하게 부딪히되 일본이 예상하지 못하는 카드를 날리는 게 해법이 될 수 있다”면서 “다만 일본이 WTO 제소 등 역공을 날릴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전략을 짜야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는 한국이 예상보다 강한 수위로 반격에 나선 데 대해 당황해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본 경산성은 급히 산업부에 공문을 보내 한국이 일본을 화이트리스트를 배제할 가능성과 근거 등에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