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돌보미 학대 피해 아이 ‘불안증세’…“숲에서 갑자기 곰 만난 심리상태”

장구슬 기자I 2019.04.07 00:10:00

오은영 “학대, 실수 아냐..심각한 범죄행위로 규정해야”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여성가족부 아이돌봄서비스 ‘아이돌보미’에게 지속적으로 학대를 당한 아이가 제 얼굴을 할퀴는 등 이상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14개월 영아 학대 혐의를 받고 있는 아이돌보미 김 모(58)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김 씨는 오는 8일 오전 10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이 사건은 부모가 지난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며 논란이 됐다. 피해 부모는 학대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공개하며 아이돌보미의 만행을 고발했다. 김 씨는 아이의 머리를 잡고 따귀와 딱밤을 때리거나 아파서 우는 아이의 입에 밥을 밀어 넣고 폭언을 하기도 했다. 부모는 학대를 당한 아이가 식사를 거부하고 제 뺨을 때리는 등 불안증세를 보인다고 밝혔다.

아이의 이상증세에 대해 오은영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는 “지속적인 공격을 받았기 때문에 현재 매우 두려운 상태”라고 밝혔다.

오 씨는 지난 4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14개월 된 아이들의 요구는 대부분 먹고 자고, 불편한 걸 해결해달라는 등 생존에 필요한 요구들이다. 따라서 아이에겐 사는 환경과 제공되는 것의 안전이 중요하다. 하지만 해당 아이는 먹고 자는 데도 학대가 이뤄졌기에 아이 입장에서 모든 것은 다 공격이고 두려움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마치 숲에 놀러 가서 재미있게 바위도 보고 잎도 만졌는데 뜻하지 않게 곰을 만난 심리상태인 것”이라며 “곰을 만나면 피하기도 하지만 피할 수 없을 때 인간은 공격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옆에 있는 물건을 던진다든가, 아니면 그런 대상에게 공격적 반응을 하지 못할 때는 자기 얼굴을 할퀴는 등 자해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오 씨는 또 학대 피해는 성인이 돼서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그는 “아동 대상 학대행위라든가 성범죄 같은 것은 평생 아이의 인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심각한 문제 행동이기 때문에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실수가 아니라 심각한 범죄행위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동과 어른은 동등한 관계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어른은 아이를 돌봐주고 보호하고, 또 교육과 사랑을 제공해줘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들의 관계에서 어른이 실수했다든가 (학대를) 한 번 용서해준다든가, 이런 차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여성가족부는 법령 개정을 통해 아이돌보미가 아동학대로 자격정지를 받았을 경우 즉각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채용 시에도 표준화된 매뉴얼을 제공하기로 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