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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제약사와 손 잡을만 하네'..제약사들 외형 성장

천승현 기자I 2015.05.18 03:00:00

주요제약사 1분기 실적 분석
한미·대웅·일동 등 매출 급성장..도입신약 효과
원가상승으로 수익성은 하락
보령제약, 자체신약으로 상승세 지속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일동제약이 경영권 분쟁 와중에도 실적호조를 이어가는 기염을 토했다.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 다국적제약사와 손 잡은 제약사들도 외형 성장이 가팔랐다. 다만 원가 상승으로 수익성은 예년에 비해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한양행, 한미약품, 녹십자 등 주요 제약사 10곳의 1분기 매출은 1조550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5% 늘었다.

주요 상위제약사 1분기 실적 추이(단위: 억원, % 자료: 금융감독원)
일동제약(000230)이 단연 돋보이는 실적을 거뒀다. 일동제약은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각각 31.9%, 310.0% 상승하는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몇 년간 들쭉날쭉한 실적을 나타냈지만 지난해 1분기 이후 4분기 연속 성장세다. 녹십자의 경영권 위협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도 내실을 다지고 있다는 평가다.

일동제약 분기별 매출 추이(단위: 억원)
일동제약 측은 “아로나민을 비롯한 주력 제품들이 전반적으로 매출 증가세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발매한 새로운 비만치료제 ‘벨빅’이 1분기에만 5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효자 상품으로 등극할 태세다.

일동제약이 미국 아레나제약으로부터 도입한 벨빅은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으로부터 13년만에 체중조절제로 승인받은 신약이다. 안전하고 효과 좋은 비만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새로운 치료제의 등장하자 국내 처방 시장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한미약품(128940), 대웅제약(069620), 보령제약(003850) 등의 매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한미약품은 1분기 매출이 전년보다 16.6% 증가하며 녹십자를 제치고 매출 순위 2위에 올랐다. 대웅제약도 지난해보다 13.2%의 성장세를 기록하며 선두권을 바짝 추격했다.

한미약품과 대웅제약은 다국적제약사로부터 도입한 신약으로 외형을 확대하는 전략이 주효했다.

한미약품의 경우 최근 매출 성장세가 주춤했지만 지난해 MSD, 노바티스와의 제휴로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 골다공증치료제 ‘포사맥스’, 당뇨치료제 ‘가브스’를 새롭게 장착했다. 고혈압복합제 ‘아모잘탄’, 발기부전치료제 ‘팔팔’, 역류성식도염치료제 ‘에소메졸’ 등 기존의 자체개발 주력 제품들과 동반 상승이 이뤄졌다.

대웅제약 역시 다국적제약사의 신약이 상승세를 견인했다. MSD와 공동판매 중인 당뇨치료제 자누비아와 자누메트는 1분기에만 3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고지혈증약 ‘바이토린’, 고혈압복합제 ‘세비카’ 등 도입신약들도 대웅제약의 간판 제품 자리를 견고하게 다졌다.

보령제약(003850)은 자체개발 고혈압신약 ‘카나브’의 약진이 돋보였다. 국산신약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카나브는 1분기에만 70억원대의 매출로 상승세를 주도했다.

상위제약사 중 동아에스티와 LG생명과학 등은 매출이 감소하며 대조를 보였다. 동아에스티는 주력 제품인 위염치료제 ‘스티렌’,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 등이 관련 시장 경쟁심화로 점유율이 줄어들었다. LG생명과학도 고혈압신약 ‘제미글로’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굵직한 신제품이 절실한 상황이다.

제약사들의 외형 확대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수익성은 악화됐다. 10개 업체의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10.7% 감소세를 나타냈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이 10%를 넘긴 업체는 일동제약이 유일했다. 매출 확대를 위해 다국적제약사들과 손 잡는 비중이 늘면서 원가 상승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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