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화장품 및 뷰티 관련 전자상거래 플랫폼 벤처기업인 미미박스가 일을 저질렀다. 국내·외 벤처캐피탈 뿐만 아니라 미국 실리콘밸리, 홍콩, 싱가포르 등의 투자자들로부터 총 2950만 달러(약 33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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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후의 공동창업자이자 중국 알리바바의 2대 주주인 제리양을 비롯해 구글 초기 투자자인 바비 야즈다니, 전 디즈니 및 갭(Gap) 최고경영자(CEO)인 폴 프레슬러 등이 참여했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글로벌 사업 확장을 모색하는 하형석 미미박스 대표를 지난 23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났다.차분한 목소리로 회사 비전을 얘기하는 그에게 왜 글로벌 벤처업계가 주목하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보통 투자 유치를 원하는 벤처기업과 투자자 사이에서는 자금이 필요한 전자가 ‘을’로 인식된다. 그러나 하 대표는 “미미박스가 투자자들에게 갑”이라고 했다. “세상에 자금력 있는 사람은 많지만 열정을 갖고 사업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돈을 대신 벌어주는 갑”이라는 것이다. 하 대표는 “투자자들은 시간 대신에 돈을 투자하지만 미미박스는 돈 대신 열정과 시간을 투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투자자들을 만나 회사 제품이나 실적 얘기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관련 시장 상황과 회사의 비전만을 강조한다. 하 대표는 중국 시장을 예로들며 “16억명의 시장이 있는데 뷰티 관련 플레이어는 몇 안되기 때문에 누군가는 이 시장을 가져갈 것”이라면서 “이 시장을 주도하는 플레이어가 미미박스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얘기한다”고 설명했다.
◇“2015년 회원수 1000만, 매출 1000억원 목표”
하 대표의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다. 대학생 때부터 운동화 쇼핑몰을 운영하는가 하면 길거리에서 군밤 장사를 했다. 군 복무 당시 아프카니스탄 파병군으로도 자원했다. 경희대학교를 다니던 그는 돌연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에 도전한다. 현지 업체 취업에도 성공해 세계적인 의류브랜드인 톰포브의 홍보팀에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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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정을 거쳐 창업한 회사가 미미박스다. 미미박스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라는 새로운 형태의 뷰티 유통 분야를 발굴했다. 이는 구매 방식이 아닌 정기구독형 사업이다. 매월 구독료 1만6500원을 내면 소비자에게 매달 7만~8만원 상당의 최신 화장품 한 박스를 배달한다.
2012년 사업 첫 해 미미박스의 거래액은 10억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3년에는 400%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1000개의 화장품 브랜드 파트너를 확보했으며 자체 생산 제품도 160개에 달한다. 올해 말까지는 600개가 넘을 것이라고 하 대표는 말했다. 회원수 또한 1000만명, 매출 목표도 1000억원을 제시했다.
하 대표는 “미국 뿐 아니라 중국 사업을 본격화 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동남아 2개국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했다. 내년에는 11개국에 동시에 진출할 예정이다. 미미박스에 매력을 느낀 에스티로더 연구개발(R&D) 담당자와 알리바바 프로젝트매니저(PM) 등 뷰티 및 유통 전문가들이 합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