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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펀드, LG실트론 인수금융 부도 임박

김영수 기자I 2014.07.24 06:00:00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보고펀드가 7년 전 LG(003550)실트론 지분(49%)을 인수하기 위해 금융권으로부터 차입한 2255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에 대한 이자를 제 때 내지 못해 채무불이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주단은 디폴트가 발생할 경우 보고펀드 보유 지분(29.4%)에 대한 매각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25일 보고펀드는 2255억원 규모의 LG실트론 인수금융에 대한 이자(약 50억원)를 대주단(9개 금융회사)에 납입해야 하지만 현재로선 불가능한 상황이다. 채무불이행에 따른 디폴트 사유가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한 PEF 관계자는 “사모펀드(PEF)는 특정 매수 주체에 대한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특수목적회사의 성격을 갖고 있다”며 “따라서 PEF의 구성원 또는 PEF 소유 법인이 나서서 대주단과 협상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구조로, 현재로선 채무불이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온전히 PEF 운용에 따른 수익으로만 인수금융 이자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지난 2007년 미국 사모펀드 운용사 KKR과 TPG, 그리고 골드만삭스의 사모펀드 자회사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미국 텍사스주 전력업체 에너지퓨처홀딩스(EFH)의 전신인 TXU를 450억 달러에 인수했지만, 자금난에 시달리다 결국 지난 5월 29일(현지 시간)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컨소시엄은 인수자금의 10%만 자기자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370억 달러는 차입(펀드 조성)으로 조달하는 바이아웃(차입매수·leverage buyout)으로 TXU를 인수했다. 프랭클린 템플턴,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 등이 참여했으며 한국의 국민연금도 KKR펀드를 통해 1600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파산으로 손실이 발생했다.

보고펀드의 LG실트론 지분 투자 실패도 KKR과 TPG 컨소시엄 사례와 유사하다. 보고펀드-KTB PE 컨소시엄은 2007년말 동부그룹으로부터 LG실트론 지분을 사들였다. 하지만 이후 태양광과 LED 기판(웨이퍼) 사업 실패 등으로 LG실트론의 실적이 부진해지면서 펀드 운용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보고펀드가 실제 25일 이자를 납입하지 못할 경우 인수금융을 제공받을 당시 담보로 잡은 보고펀드의 LG실트론 지분은 차압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주단이 보고펀드의 LG실트론 지분을 차압하게 되면 이후 대주단이 직접 처분할지, 보고펀드에 위탁해 지분을 매각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디폴트 이후 대주단과 보고펀드 간 협의를 통해 가장 빠른 회수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보고펀드는 디폴트에 따른 손실이 발생한 만큼 지분 51%를 보유한 LG그룹에도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보고펀드는 이를 위해 LG그룹을 상대로 한 소송을 검토하고 있으며 실익을 따져 실제 소송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문제는 보고펀드가 LG그룹을 상대로 소송을 벌일 경우 LG실트론의 IPO 무산 또는 투자 판단 오판에 따른 경영악화를 초래한 주체가 LG그룹인지를 입증할 수 있는지 여부다. 현재로선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실제 소송시 법적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펀드는 특히 이번 채무불이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LG그룹에 5~10% 정도의 지분 매입을 요청했다. 하지만 LG그룹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고펀드는 대주주인 LG그룹이 LG실트론의 경영악화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실제 소송 여부는 실익을 따져 가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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