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우즈벡은 중앙아시아 3위 규모의 천연가스(확인 매장량 1.58조㎥, 세계 확인 매장량의 0.9%), 상당량의 원유(확인 매장량 6억 배럴), 금(매장량 세계 5위) 등 풍부한 부존자원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천연자원 개발과 관련된 대규모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수요가 많다.
우즈벡에 첫 발을 디딘 한국 기업인은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저서로 잘 알려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다. 김 전 회장은 세계 경영을 꿈꾸며 1990년이후 우즈벡 진출을 모색했다. 대우그룹은 이후 우즈벡에 자동차 등을 수출함으로써 한국과의 유대관계 증진에 상당한 공을 세웠다.
이 같은 대우그룹의 활발한 진출 노력 덕분에 우즈벡 정부와 시민들은 한국에 대해 거부감이 적으며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 중국 다음으로 높은 한국의 대 우즈벡 수출 교역 순위는 이를 방증하는 지표다.
특히 GM과 우즈벡 자동차공업협회가 공동 출자한 GM우즈베키스탄은 한국에서 대부분의 자동차 부품을 수입해 완성차를 만든 후 우즈벡뿐만 아니라 러시아 등에 수출하고 있다. 한국에서 수입하는 품목중 자동차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웃돌고 있다.
높은 자동차 부품 의존도 때문에 대 한국 교역에서만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수도인 타슈켄트뿐만 아니라 우즈벡 전체적으로 마티즈, 라세티, 다마스 등 GM대우차를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우즈벡 정부는 이에 대해 크게 관여치 않고 있다. 그만큼 한국에 대해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우즈벡과 한국과의 관계는 우즈벡이 소비에트연방에서 독립할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에서 옛 소련으로 이주한 고려인은 18만명 정도로, 소련에 깊은 뿌리를 내리면서 강한 민족성을 보여줬다.
안상훈 수출입은행 사무소장은 “수입 규모로는 러시아·중국 다음으로 한국이지만, 한국은 경제협력 파트너로서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시진핑 주석이 우즈벡에 대규모 원조를 한다고 했지만, 우즈벡 정부는 오히려 한국에 투자 요청을 할 정도로 우호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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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소장은 인구 수로만 봤을 때는 향후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등보다 경제협력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카자흐스탄과 아제르바이잔 인구는 각각 1700만명, 800만명 등인 반면 우즈벡 인구는 2900만명으로 이중 수도인 타슈켄트에는 22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안 소장은 “우즈벡,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등은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활발한 경제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가”라며 “지난해 9월말 현재 국내의 전세계 해외투자(2300억달러)중 우즈벡이 차지하는 비중은 0.3%(6억2000만달러)에 불과하지만 수출과 수입이 각각 18억달러, 5000만달러 등으로 적지 않은 규모”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국내 금융회사도 우즈벡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진출을 타진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상황은 녹녹치 않다. 아직까지 사회주의 체제로 폐쇄 경제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진출후에도 애로사항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영국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RBS Uz를 산업은행에 매각후 우즈벡을 떠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연 13% 정도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우즈벡 정부가 현지 통화인 UZS(숨화) 발행량을 제한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늘 현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직불카드 개념을 도입해서 현금 수요를 분산시키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카드 결제가 가능한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카드로 결제할 경우 현금으로 결제할 때와 비교해서 가격이 더 비싼 것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주식 시장, 채권 시장 역시 아직 걸음마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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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은행 역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지원과 공공사업 등에 자금을 대여함으로써 한국과 우즈벡 경제협력에 기여하고 있다. 국내 상업은행중에서는 유일하게 우즈벡에 사무소를 낸 신한은행도 민간 은행 차원의 신규 영업기회 창출 등을 적극 꾀하고 있다.
곽용규 KDB Uz 은행장은 “KDB Uz는 외국계은행중 자산규모 등 모든 면에서 1위 은행으로 발돋음했다”며 “한국계 은행의 대표주자로서 앞으로도 한국계 기업의 성공에 일조하는 동시에 우즈벡 진출을 모색하는 국내 금융회사들에게 벤치마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준헌 신한은행 사무소장은 “국내 상업은행중에서는 유일하게 우즈벡에 진출한 만큼 신한금융그룹 전체의 시너지를 제고할 수 있는 진출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며 “중앙아시아의 금융메카인 우즈벡에 신한의 DNA를 전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