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갱님 사라진다..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 좋지만 보조금 급냉 우려도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판매원 말에 속아 휴대폰을 비싸게 사는 ‘호갱님’(호구와 고객님을 합친 말, 어수룩한 손님)은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

대형 양판점이든, 이통사 대리점이든, 판매점 이든, 온라인 카페든 출고가와 지원금, 출고가에서 지원금을 뺀 판매가를 공시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영업정책에 따라 이 공시가의 15%까지는 가격을 달리 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5만 원짜리 갤럭시S4를 사는 사람과 90만 원가까이 제값주고 사는 사람이 차별되진 않는다.

미국에서 내년 하반기 출시될 예정인 애플 아이폰6를 사와서 국내 이동통신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려 할 때도 통신사가 공급하는 같은 단말기(아이폰6)에 주어지는 보조금에 상당하는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단말기 유통시장이 투명해지고 정상화되며 과다 보조금으로 인한 고가 스마트폰의 착시 현상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조금이 낱낱이 드러나면, 제조사들로서는 중저가 단말기 출시를 통해 출고가를 낮출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법이 당초 예상과 달리, 휴대폰 가격을 오히려 올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법의 취지가 동일 단말기 동일 보조금인데, 이동통신3사에 비슷하게 보조금을 쓰라고 하면 비슷하게 많이 쓰는 게 아니라 비슷하게 적게 쓸 것이란 얘기다.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보조금을 쓰는 이유는 타사 고객을 뺏아오기 위함인데, 똑같이 쓰라고 법제화하면 보조금을 쓸 이유가 적어진다”고 말했다.

보조금이 전반적으로 줄어들면 통신사들의 실적은 좋아진다.

보조금 경쟁이 치열했던 올해 1분기 SK텔레콤(017670)은 411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보조금이 사그라든 2분기에는 5534억 원을 냈다.

LG유플러스(032640) 역시 1분기 1232억 원에서 보조금이 쿨 다운 된 2분기에는 영업익이 1448 억 원으로 증가했다. KT(030200)는 1분기 영업익 3673억 원에서 2분기 3483 억원으로 되려 줄었지만, 유선 비중이 큰 이유때문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 법은 보조금을 쓰지 말자는 법이 아니고 투명하게 지급하자는 법인 만큼 전체적인 이용자 후생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조금 이용자 차별을 이유로 이동통신 3사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영업정지가 시작된 올해 1월 7일 오전 서울 종로의 한 LG유플러스 지점 모습. 찾는 고객이 없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영업정지는 LG유플러스, KT, SKT의 순서로 3월 13일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됐으며, 기존가입자가 휴대폰을 바꾸는 기기 변경과 임대폰, AS 업무는 운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