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세계 최대 IT기업인 애플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 대표 신용평가기관은 물론이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까지 나서 애플의 사업 리스크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주가 추락으로 야기한 주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회사채 발행으로 배당과 자사주 취득을 늘리려는 애플에 대해 미국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피치가 현 신용등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피치는 29일(현지시간) 애플의 신용등급을 직접 제시하지 않으면서도 “회사에 내재된 사업 리스크가 탁월한 현금 유동성 여력이라는 장점을 뒤덮어 버릴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제임스 리쪼 피치 애널리스트는 “이를 감안할 때 애플의 신용등급은 ‘A’ 그룹에서 상단쯤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만 평가했다. 이는 현재 ‘Aa1’과 ‘AA+’를 각각 부여하고 있는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사에 비해 3단계 정도 낮은 수준이다. 무디스와 S&P사가 부여한 등급에 대해서도 “사업 리스크가 이 등급 수준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피치는 “현재 1450억달러의 사상 최대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등 재무제표상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변동성이 큰 소비자들의 선호와 모바일 산업의 엄청난 경쟁구조, 빠른 기술적 변화라는 사업상 리스크로 인해 이런 장점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사례로 소니와 노키아, 모토로라 모빌리티 등 소비제품을 만드는 전자업체들을 거론했다. 소니는 가전과 게임기 등에서, 노키아와 모토로라는 휴대폰에서 세계 시장을 호령했지만, 소비자의 취향과 기술 변화를 제때 따라잡지 못해 단기간에 뒤쳐지고 만 회사들이다. 결국 애플도 이들처럼 언제 추락할 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도 애플의 이같은 사업 리스크에 대해 지적하며 앞으로 주식투자에 따른 수익률에서 경쟁사중 하나인 구글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냉정한 전망을 제시했다.
블랙록에서 ‘플렉서블 에쿼티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베테랑 펀드매니저이자 이사인 팀 키프는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구글은 유튜브와 같은 사업으로 인해 애플에 비해 낮은 경쟁에 처할 것이고 더 높은 광고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구글의 검색과 광고상품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일수록 그 만큼 비용은 더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구글의 상대적 강점을 언급한 것이지만, 뒤집어 말하면 애플이 영위하는 모바일 기기라는 사업영역이 높은 경쟁에 처해있고 매출 성장과 비용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특히 키프 이사는 이같은 이유 때문에 펀드 내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구글의 비중은 두 번째로 높은 반면 애플 주식은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키프 이사는 “우리는 앞으로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는 종목들을 주로 보유하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종목이 바로 구글”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글은 많은 현금흐름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사업 역시 진입하기에 높은 장벽을 가지고 있으며 그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애플은 삼성전자(005930)와의 스마트폰 경쟁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올들어서만 주가가 무려 19% 하락하며 43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스마트폰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애플은 지난주 공개된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에서 3740만대를 기록해 삼성의 7070만대에 크게 못미쳤다. 성장률에서도 6.6%로, 60%에 이른 삼성에 크게 뒤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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