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나흘만에 상승랠리를 멈췄다. 기업 실적 호조세를 이어졌지만, 소위 ‘애플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지표까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시장 발목을 잡았다.
24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43.16포인트, 0.29% 하락한 1만4676.30으로 장을 마감했다. 반면 나스닥지수는 0.32포인트, 0.01% 오른 3269.65를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역시 전일보다 0.01포인트, 0% 뛴 1578.79를 기록했다.
개장전 발표된 지난달 내구재 주문이 7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추락하며 시장 기대에 못미친 것이 악재로 작용했고 전날 실적 개선과 함께 배당금 인상, 자사주 취득 확대를 발표한 애플이 오히려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하향 조정과 투자의견 강등으로 인해 부담이 됐다.
다만 포드와 스프린트 넥스텔, 월풀 등 기업들의 실적은 대체로 양호해 다소 위안이 됐다.
유로존에서는 독일의 기업신뢰지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서도 이로 인해 다음주 ECB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지속됐다. 빅토르 콘스탄치오 ECB 부총재가 금리 인하 여지가 있다고 밝힌 것도 힘을 실었다. 이런 가운데 이탈리아가 새 총리를 지명하고 연립정부 구성에 나선 것도 한 몫했다.
업종별로 등락이 엇갈린 가운데 에너지 관련주가 강했던 반면 이동통신주는 약세였다. 특히 통신업종지수는 지난 2011년 8월 이후 무려 1년 8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애플은 전날 실적 호조와 주주이익 환원 확대를 발표하고서도 장 초반 2% 가까운 하락세를 보였지만,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약보합권까지 반등했다. 보잉은 ‘787 드림라이너’ 문제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실적을 내놓으며 3.01% 상승했다. 얌브랜즈도 실적 호조를 등에 업고 7% 이상 올랐다.
반면 포드자동차는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약보합권에 머물렀다. 실적은 양호했지만 현 분기 전망을 하향 조정했던 P&G는 5% 이상 추락했다. AT&T도 부진한 실적과 가입자수 감소로 인해 5.03% 미끄러졌다. 경쟁사인 스프린트도 0.14% 떨어졌다.
◇ 씨티 임원보수 승인..코뱃 CEO, 주주 신임얻어
지난해 주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던 씨티그룹 임원들에 대한 대규모 보수 지급이 올해에는 미국 최대의 연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캘퍼스: Calpers) 지지 덕에 무난히 통과됐다.
씨티그룹은 이날 뉴욕 맨해튼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마이클 코뱃 최고경영자(CEO)에게 1150만달러(원화 128억원)를 지급하는 것을 포함한 2012회계연도 임원 보수 지급안을 표결에 부쳐 주주 90% 이상의 지지로 승인받았다. 전임 비크람 팬디트 최고경영자(CEO)가 재직중이던 지난해 주총에서는 은행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임원들이 과도하게 많은 보수를 받는데 대해 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한 탓에 보수 지급안은 승인되지 못했지만, 올해에는 캘퍼스 등의 가세로 쉽게 승인됐다. 다만 주주들의 승인 여부는 강제성이나 법적 구속력은 없다.
지난해 CEO로 취임한 뒷 첫 주총에 참석한 코뱃 CEO는 이날 개회사에서 “지속적인 이익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또 “우리는 씨티그룹이 모든 주주들로부터 다시 신뢰를 얻을 때까지 결코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또 금융위기 당시부터 쌓였던 1490억달러 규모의 부실자산을 신속하게 처분하라는 일부 주주 요구에 대해서는 “사실상 이를 위한 신속한 해법은 없다”면서 “매각 속도를 높이기 위해 우리의 자본을 파괴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그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외국 은행들을 이용하는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며 “미국 기업들이 외국 은행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을 우리 모두가 원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외형 확장에 대해서는 “지금은 은행과 은행산업에 있어서 구조조정의 시기인 만큼 어떤 은행도 자생적으로나 인수합병을 통해서나 덩치를 더 키우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ECB 부총재 “경기부진땐 금리인하 여력 있어”
빅토르 콘스탄치오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가 “ECB는 경제여건이 지속적으로 부진할 경우 기준금리에 대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콘스탄치오 부총재는 이날 유럽의회에 출석, “우리는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많은 일을 해왔다”고 전제하면서도 “앞으로 ECB가 어떤 조치를 더 취할지 장담하긴 어렵지만, 우리는 확실히 추가로 이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일부 여지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기자회견에서도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경제 여건이 지속적으로 좋지 않을 경우에 언제든지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었다”며 “불행하게도 그런 상황이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ECB의 현재 통화정책 기조는 부양적”이라면서 “현재 인플레이션이 확연하게 하락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응해 부양기조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또한 그는 “아직까지 통화정책 효과가 실물경제로 전이되는 경로가 훼손돼 있다”며 “현재 우리는 어떤 조치가 금리정책의 효과가 유로존 곳곳에 고르게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伊, 레타 신임총리 지명..새 연정구성 논의 착수
연임된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이 새로운 총리로 중도좌파인 민주당의 엔리코 레타 부대표를 지명했다. 이에 따라 새 연립정부 구성 구성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이날 레타 부대표를 새로운 총리로 지명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46세인 레타 부대표는 테크노 크라트였던 전임인 마리오 몬티 총리와 달리 전형적인 직업 정치인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취임한 총리들 가운데 두 번째로 젊은 인물이다. 이로써 레타 신임 총리 지명자는 최근 20여년만에 가장 침체된 경제를 살리고, 정부 공백상태를 해결해야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게 됐다.
그 역시 경제 성장 부양에 무게를 두고 있다. 총리로 지명된 직후 레타 부대표는 “앞으로 고용 창출과 중소기업 지원, 금융기관 개혁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하며 “특히 유럽연합(EU)이 긴축 정책에 지나치게 치중해왔던 만큼 당장에는 경제를 부양하는 것이 더 필요한 과제”라고 밝혀 향후 구조 개혁과 성장 부양을 동시에 추진할 뜻임을 공식화했다.
또한 이를 위해 우선 정부를 꾸려야할 책임을 떠안은 레타 총리 지명자는 당장 25일부터 새 연정 구성을 위해 각당 지도부와 공식적인 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 2월 총선에서 승리한 민주당은 의회 다수당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연정 구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는 “모든 정당 지도자들에게 자신들의 책임을 민감하게 느끼도록 호소한다”며 “가능한 많은 정당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함께 필수적인 개혁을 이뤄가야 한다”고 말했다.
◇ 美 내구재주문, 7개월래 최대감소..경기 둔화세
미국의 지난달 내구재주문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예상보다 더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7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변동성이 큰 항공기와 자동차 주문 감소 영향도 있었지만 전반적인 수요가 부진했던 것으로 보이는 만큼 경기 둔화 전망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 상무부는 지난 3월 미국의 내구재주문이 전월대비 5.7%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선 지난 2월 4.3% 증가에서 감소로 급선회한 것으로, 시장에서 예상했던 2.8% 감소보다도 부진한 실적이었다. 특히 이는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만에 가장 큰 감소률이었다. 또한 앞선 2월 수치 역시 종전 5.6% 증가에서 4.3% 증가로 하향 조정됐다.
이는 보잉사의 항공기 수주 감소와 자동차 주문 감소에 따른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를 제외한 비운송부문의 핵심(코어) 내구재 주문도 전월대비 1.4% 감소해 0.5% 증가였던 시장 전망치도 밑돌긴 했지만, 앞선 2월의 1.7% 감소에 비해서는 다소 개선된 것이다.
또 항공기를 제외한 비국방 자본재 주문은 0.2% 증가해 2월의 4.8% 감소에서 증가로 돌아섰다. 그러나 이는 0.4% 증가였던 시장 전망치에는 못미쳤다.
◇ 보잉-스프린트-포드 등 기업실적 동반 호조세
미국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이 올 1분기(1~3월)에 순이익이 11억달러, 주당 1.44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년전 같은 기간에 비해 20%나 늘어난 것이다. 특히 일회성 경비와 연금 비용 등을 제외한 핵심 순이익 역시 주당 1.73달러를 기록해 전년동기의 1.40달러를 크게 웃돌았고, 시장 기대치인 1.49달러도 넘어섰다.
보잉은 차세대 주력 항공기인 ‘787 드림라이너기’가 배터리 결함으로 운항이 중단되는 사태를 겪는 가운데서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실제 1분기중 총 수주액은 3917억달러로, 1년전 같은 기간의 3903억달러를 넘어섰다. 아울러 올해 연간 매출액 전망치도 820억~850억달러로, 종전 전망치 그대로 유지했다. 핵심 이익 역시 주당 6.10~6.30달러의 전망치를 유지했다.
또한 미국내 3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스프린트 넥스텔이 올 1분기(1~3월) 순손실 규모가 주당 21센트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에서 전망했던 주당 34센트 순손실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이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87억9000만달러로, 역시 87억4000만달러였던 시장 전망치를 넘어섰다.
아울러 미국 2위 자동차 업체인 포드의 올 1분기(1~3월) 순이익은 16억1000만달러를 기록해 1년전 같은 기간의 14억달러를 넘었다. 또 일회성 경비를 제외한 조정 순이익은 주당 41센트를 기록했다. 이는 주당 37센트였던 시장 전망치를 넘어선 것이다. 특히 북미시장에서의 영업이익은 24억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3분기에 기록한 23억달러의 사상 최대치를 넘어서 또 한번 최고 기록을 만들어냈다. 영업마진은 11%로, 연간 마진 10% 목표 달성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