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 ‘초박빙이라는데’ 서울 흔들리는 표심은?

김성곤 기자I 2012.04.11 06:00:00
[이데일리 박원익·나원식·박보희 기자] 4.11 총선 최대 승부처가 서울이라는데 여야 모두 이견이 없다. 전체 48개 지역구 중 선거 막판까지 오차범위 이내의 초접전 양상이 벌인 곳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일부 선거구의 경우 11일 오후 6시 투표 종료 이후 투표함 뚜껑을 열어봐야 승부를 예측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과연 서울시민들의 밑바닥 표심은 어떨까? 이데일리는 선거 전날인 10일 종로, 대학로, 여의도, 신촌 등 서울 주요 지역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불법사찰 탄핵사유 vs 김용민 막말 너무 창피”

민간인 불법사찰과 김용민 막말파문은 역시 4.11 총선 최대 이슈였다. 불법사찰과 관련, 탄핵사유라는 주장과 과거 정부 때도 있었던 것으로 대수롭지 않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또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의 막말에는 부정적 의견이 다수였지만 해당 지역구의 문제라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회사원 박찬영(31)씨는 “만약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불법사찰을 했으면 사형당했을 거라는 트윗이 기억에 남는다”며 “민간인 불법 사찰은 워터게이트를 능가하는 위헌적 탄핵 사유”라고 현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김용민 막말 파문과 관련,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으로 부적절했다”면서도 “후보 사퇴까지는 좀 아닌 것 같고 지역구민들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다.

노원구에 거주하는 50대 회사원 남모 씨는 “민간인 사찰은 예전 정권도 했다고 하고 별 영향 없을 것”이라며 “김용민 발언 파문으로 젊은 사람들이 지지를 많이 철회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일용직 노동자라고 밝힌 김모(51)씨는 “민간인 사찰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5공, 6공 때 훨씬 심했다”며 “원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누구나 그런다. 지금 자유가 너무 팽배해있다. 자유, 자유하는데 이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대학생 박선영(20)씨는 “민간인 사찰은 어느 정부에서나 있었던 일이라고 들었다. 별 상관없다”며 “김용민 막말 사건은 사람에게는 누구나 생각하고 말할 자유가 있지만 이건 아닌 거 같다”고 꼬집었다.

회사원 이유미(26)씨는 김용민 후보의 막말과 관련, “기분 나쁘고 더럽다. 인터넷방송이라고 재미있다고 넘길 수 있던 게 이해가 안 된다”며 “비례대표에서 민주당 찍을 마음이 없어졌다”고 밝혔다.

취업준비생 홍현정(28)씨는 “김용민 후보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나 박근혜 위원장이 들이대는 도덕적 순결주의가 더 역겹다”며 “어차피 내 지역구도 아니고 김용민 개인에 대한이슈가 선택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고 말했다.

퇴계원에 거주한다는 주부 이영미(53)씨는 “김용민은 출마하지 말았어야 한다. 그런 생각과 사상을 가진 사람이 국회의원으로 나온다는 게 너무 창피하다”며 새누리당을 찍겠다고 말했다.

창동에 거주한다는 백정옥(72)씨도 “김용민 후보는 쓰레기 같다”며 “노인들에게 그런 싸가지 없는 말을 하다니 정말 나쁜 놈”이라고 맹비난했다.

여야 거대 정당 NO.. 군소정당이나 무소속 선택할 것

새누리당과 민주당 등 거대 여야 정당의 지나친 네거티브 선거전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정책이 사라지고 여야의 정치적 공방만이 난무했다는 것.

대학생 김주희(21) 씨는 “여당과 야당 모두 모두 정부만을 내리까는 식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것 같아서 안 좋아 보였다”고 말했다.

직장인 전호겸(35)씨는 “여야 모두 본질을 흐리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며 “유권자로서 선거하기 전까지 고민할 것이다. 국민들은 희망을 품은 내일을 선사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모(38) 씨는 “새누리당도 민주당도 싫은데 두 당에서만 지역구 후보가 나와서 기권할까도 생각 중”이라며 “비례대표는 통합진보당을 지지한다. 이정희 대표의 사퇴를 종용한 게 민주당 아닌가. 내 손으로 민주당을 뽑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

회사원 조남혁(29)씨는 “지역구는 새누리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한 정태근 후보를 찍을 것이다. 공약집을 읽어봤는데, 구체적이고 고민도 많아 보였다”고 말했다.

“민주당 다 된 밥도 못먹어”

총선 초반만 해도 압승 분위기를 탔던 민주당이 박근혜 새누리당 중앙선대위원장의 위력에 막혀 선거운동을 효율적으로 못했다는 지적도 상당했다.

아현동에 거주하는 변모(54)씨는 “야당의 선거 운동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게 너무 밀린 것 같다. 야당은 바보다. 다 된 밥을 못 퍼먹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진보신당 지지자라고 밝힌 권재근(36)씨는 “여야 선거운동은 새누리당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야당은 선거운동에서 망했다. 새누리당이 짜놓은 프레임에 다 걸려들었다”고 꼬집었다.

“MB에 실망, 민주 찍겠다 vs 박근혜 좋아서 새누리 찍을 것”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냉담했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실망해 민주당을 찍겠다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또 이 대통령은 싫지만 박근혜 위원장에게 희망을 걸고 새누리당을 찍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자영업자라고 밝힌 박모(44)씨는 “물가가 너무 올랐다.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 살린다고 하는 것이 좋았다”면서도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 더 힘들어졌다. 민주당 찍어야지 그래도 제대로 안하겠나 싶다”고 말했다.

세탁소를 운영 중이라는 임외숙(50) 씨는 “MB가 경제를 너무 어렵게 했다. 세탁소도 너무 어렵다”며 “민주장을 찍겠다”고 밝혔다. 대학생 강영훈(24)씨는 “20대에서는 박근혜 위원장을 싫어하는 분위기는 없는 거 같다”며 “새누리당은 싫지만 박근혜는 열심히 뛴다는 얘기들을 한다”고 말했다.

강남구에서 자영업을 한다는 이계선(56) 씨는 “이명박은 모르겠는데 박근혜가 잘 하고 있어서 새누리당을 뽑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택시기사로 일한다는 여모(62)씨는 “박근혜가 좋다. 그 시대를 안 살아본 사람은 모른다”며 “70·80년대 사람들은 밥 먹듯이 굶고 살았다. 박정희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이렇게 잘 만들어 준 거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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