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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다잉 수요 늘었지만 관련시설은 태부족

정유진 기자I 2012.02.08 06:00:00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2월 08일자 8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정유진 기자] ‘잘 사는 것(Well-being)’만큼이나 ‘잘 죽는 것(Well-dying)’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서점가에서 죽음에 관한 책들이 꾸준히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을 뿐 아니라 지역 문화센터 등에서도 죽음에 대한 강의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무의미한 생명 연장 치료를 받는 대신 통증 완화와 정신과 상담을 받으며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완화 의료(호스피스)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수요 대부분은 말기 암환자 대상이다. 하지만 국내 완화 의료의 현실은 아직까지 열악하다는 지적이다.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완화 의료 병상은 46개 기관 743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 필요한 병상 2500개의 3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일본의 경우 138곳(병원 87·미승인 시설 51)의 호스피스가 운영되고 있고, 미국은 ‘가정 호스피스’를 포함해 3200여개의 호스피스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국내 실정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내에서는 전체 암으로 인한 사망자의 9%만이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고 있을 뿐이다. 미국은 전체 질병 사망자의 41%, 대만은 말기암 환자의 20% 정도가 완화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국립암센터 완화의료팀 김열 교수(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질병의 진단과 치료 등 의료가 많은 부분에서 발전했음에도 완화 의료 영역의 발전은 느려 수많은 환자들이 고통 속에서 죽음을 맞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부는 완화 의료를 활성화하기 위해 2005년부터 시작한 지원 사업을 통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현재는 일부 기관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완화 의료에 대한 수가를 적용중이다.

나성웅 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올해 말기암 환자 완화 의료 전문 기관 44곳에 23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라며 “내년까지 완화 의료 건강보험 수가 적용 기관을 전체 의료 기관으로 확대해 완화 의료 이용자들의 비용 부담도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완화 의료 활성화를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과 함께 무의미한 생명 연장 치료에 대한 인식의 전환 또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에서 사망하기 1~2개월 전까지 고통스러운 치료에 매달리다 돈은 돈대로 쓰고 결국 운명을 달리하는 경우가 많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2010년 사망한 건강보험 가입자 20만9004명의 의료 이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국민은 사망하기 전 1년간 평균 1249만원을 진료비로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립암센터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완화 의료 서비스를 받은 환자는 평균 14일만에 죽음을 맞았다. 그야말로 완화 의료는 사망하기 직전 ‘최후의 수단’에 불과했다는 얘기이다.

김열 교수는 “의사들마저 완화 의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환자에게 권유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국내 완화 의료 활성화를 위해서는 인식 개선이 우선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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