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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삼성의 보너스‥그 양날의 칼

안승찬 기자I 2012.02.03 07:52:18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삼성은 '신상필벌(信賞必罰)'이 명확한 회사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잘 나가는 사람을 더 잘하게 하고 못하는 사람은 과감하게 눌러야 한다"는 신념이 확고하다.

'누른다'는 표현이 좀 격하게 들리긴 하지만, 어쨌든 이 회장의 이런 원칙은 삼성의 독특한 보너스제도를 만들어냈다. 삼성은 지난 2001년부터 목표를 초과한 이익에 대해 연봉의 최대 50%까지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PS(profit sharing, 초과이익분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이 벌써 10년째 PS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도 PS를 지급할 때마다 삼성 내부에서는 잡음이 반복된다. 지난달 31일 삼성이 지급했던 PS 보너스를 두고서도 그랬다. 삼성전자(005930) 무선사업부는 연봉의 50%를 한번에 보너스로 챙겼지만, 삼성LED같은 계열사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한 삼성 직원은 "어디 가서 삼성 다닌다고 말도 못 하겠다"고 했다. "솔직히 많이 받는 사람들은 좋은 부서에 있는 탓이지, 지들이 뭐 얼마나 잘났다고.."라며 불만도 쏟아냈다. 한 직원이 한 인터넷 게시판에 "우리가 번 돈이 얼마인데, 따지고 보면 많이 받은 것도 아니라"라고 올렸다가 집단 성토를 받기도 했다.

이맘때 괜히 말 한마디 잘못 꺼냈다간 어디서 주먹이라도 날라올 것 같은 살벌한 분위기가 연출되곤 한다.

삼성은 연봉에서 차지하는 인센티브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2010년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삼성전자 직원의 평균 연봉은 8640만원인데, 여기에는 PS 등 보너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25%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직원들이 PS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임금구조는 성과를 강조하는 삼성의 문화가 녹아있다. 삼성은 이런 구조로 계열사 간 경쟁을 유발하고, 경쟁을 통해 놀랄만한 실적을 창출하며 인센티브 제도의 효과를 스스로 입증했왔다.

공리주의자들의 논리처럼 "이익의 총합이 더 크다면 그까짓 소소한 불만은 미미하다"고 치부할 수도 있겠다. 또 "길게 보면 많이 받을 때도 있고 적게 받을 때도 있다"는 주장도 옳다.

하지만 만약 한 푼도 받지 못한 그 직원이 바로 나라면, 느낌이 확연히 달라진다. 개개인의 행복은 사실 합산이 불가능하다. 내 불행을 다른 사람의 행복이 상쇄해줄 도리는 없다. 나의 불행은 결국 불행일 뿐이다. 삼성의 사상 최대 실적도 직원들의 박탈감을 치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인센티브 제도는 끊임없이 질주하려는 자본주의의 정서를 적나라하게 담고 있다. 삼성 내부에서도 이런 고민이 시작됐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매년 PS가 직원들 사이에서 민감한 문제"라면서 "내부적으로도 PS제도에 대해 고민중인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때마침 '경영의 신'이라는 일본항공(JAL)의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이 2일 방한해 이런 말을 했다. "능력에 따라 소수의 개인에게 주는 거액의 성과급은 일시적으로는 사람의 욕망을 충족시킬 뿐 큰 폐해를 낳는다"고 말이다. 삼성 내부에서든, 삼성 밖에서든 소외된 99%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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