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지멘스 특허 공방..끈끈했던 협력관계는?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포스코(005490)와 지멘스가 연연속 압연(endless strip) 기술 판매권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공방이 파이넥스 공정 설비 공급에 영향을 줄 지 관심이 모아진다. 포스코의 파이넥스 핵심 설비를 지멘스가 공급하기 때문이다.
 
파이넥스는 포스코 고유의 제철 기술로, 자연상태 가루 모양의 철광석과 일반탄을 바로 사용해 쇳물을 생산하는 설비다. 기존 용광로 공법에 비해 제조 원가가 15% 정도 낮으며,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멘스의 계열사인 지멘스VAI 메탈테크놀러지스는 지난 9월 포스코 파이넥스 제3공장에 설치되는 기화장치, 유체반응시스템, 수소유기균열(HIC) 강관 보조설비 등을 수주했다.

이처럼 지멘스는 그동안 포스코가 주문한 생산 설비를 제작해 왔다. 특히 파이넥스 공법에 있어서는 지난 1992년부터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지멘스가 포스코의 연연속 압연 기술 판매 계획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양사의 관계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의 발주를 지멘스가 수주해야 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절대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며 "특히 지멘스는 파이넥스 설비에 대한 유럽 판매권을 희망하고 있다"고 말해 협력 관계에 이상이 없음을 강조했다.

지멘스는 포스코의 연연속 압연 기술이 자사의 제휴사 아르베디의 특허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멘스는 이탈리아 철강회사 아르베디와 5년 동안 비공식 제휴관계를 이어오다 지난 2009년 연연속 압연 기술 판매권을 확보했다. 그러나 그동안 판매 실적은 전무하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가 신기술을 개발해 판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트집`을 잡고 있다는 게 포스코의 주장이다.

포스코는 또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지멘스나 아르베디가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확신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멘스는 아르베디의 기술을 판매하는 회사일 뿐이고 특허권을 갖고 있지 않아 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아르베디는 지난 1988년 연연속 압연 기술에 대한 아이디어를 출원한 적이 있지만 시효가 지났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멘스 측에 문의해본 결과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연연속 압연 기술 특허권에 대한 양측의 입장은 엇갈린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르베디는 이 기술 관련 특허 400건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포스코 측은 아르베디의 특허는 29건에 불과하며, 포스코는 300건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특허권침해 소송이 제기될 경우 양사의 관계가 서먹해질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소송과 관계없이 설비 공급 등의 협력 관계는 그대로 유지하게 될 것"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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