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지난 9월 26일에 있었던 석유수출국기구(OPEC)총회는 예년의 그것과 그렇게 다르게 보이지 않았다. 기자들은 호텔 로비에 몰려들어 장관들이 들어가는 길을 열어놓았고 위층에서는 회원국 대표들이 식사를 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OPEC이 시장 장악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흐르고 있었다.
미국 경제주간지인 비즈니스위크는 뉴욕의 쌍둥이빌딩에 대한 테러공격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최근 30%나 폭락, 배럴당 21달러까지 하락했으나 OPEC이 사실상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들은 세계원유시장의 40% 가까이를 공급하는 최대 카르텔로서 공급문제를 논의한 것이 아니다. 수요를 걱정하고 있다. 안그래도 불안했던 미국과 세계경제가 이번 테러공격으로 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이럴 경우 OPEC은 가격하락을 속수무책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야 하는가. 이라크 같은 지역이 공격대상이 돼서 공급 라인에 문제가 생긴다면 가격은 앙등할 수도 있겠지만 그 가능성이 커 보이지는 않는다.
OPEC는 지켜내려고 했던 배럴당 28달러를 크게 밑도는 가격을 감수하고 있으며 "문제는 배럴당 14달러를 피해갈 수있는가"하는 문제로 변했다고 워싱턴의 에너지 분석가인 로저 디완이 지적한다.
장기적으로 볼 때 OPEC안에서 큰손으로 통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베네주엘라의 핵심연합이 앞으로 수개월동안 이어질 긴장속에서 살아남을 수있는가 하는 점이 주목된다. 지난 2년동안 배럴당 30달러에 가까운 가격대를 유지할 수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역시 압둘라 사우디왕자가 나서서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이 지켜질 수있도록 힘을 썼던 점이다.
그러나 이미 그같은 정책은 일각에서 붕괴되고 있다. OPEC 회원국들의 쿼터량 초과 산유량은 하루 80만배럴에 달하고 있다. 이렇게 쿼터를 초과해서 기름을 뽑아내는 것은 공공연한 원칙이 돼 버렸다. 현재 국제수급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하루 150만배럴씩 많은 편이다. 이같은 불균형이 지속된다면 수개월내에 재고량이 쌓일 것이며 가격을 더욱 끌어내릴 수밖에 없다.
물론 많은 주요 산유국들이 가격하락에도 한동안 버틸 수있는 재정을 가지고 있다. 유가하락시 감산을 지켜낼 수있도록 사우디 이란 UAE 쿠웨이트등이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는 재정이 5000억달러 된다. 그러나 모든 것들이 불확실하며 OPEC는 분명 위기에 휩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