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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남편 살해한 여성…“정당방위 아냐” 잔인한 판결 [그해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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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미 기자I 2025.10.29 00:00:02

10년 전 2015년 6월 발생한 사건
가정폭력 못 견뎌 남편 살해한 아내,
구속 후 자녀 보살핀 경찰에 편지도
결국 징역 2년…“살인은 방안 아니다”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10년 전인 2015년 10월 29일. 20년 간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남편을 우발적으로 살해한 여성이 남겨진 3남매를 보살펴준 경찰에 감사 편지를 보냈다.

사건은 그로부터 4개월 전인 2015년 6월 2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새벽 여성 A씨의 남편 B씨는 술에 취한 채 “화장도 안 하냐”며 다짜고짜 A씨에 욕을 하기 시작했다.

사진=프리픽(Freepik)
격분한 B씨는 급기야 흉기까지 손에 들고 A씨를 협박했고, A씨는 우발적으로 남편을 살해했다. 그리고 A씨는 자녀들에게 ‘통장 위치’와 ‘밥 짓는 법’ 등을 알려준 뒤 경찰에 자수했다.

A씨는 1995년부터 약 20년 간 B씨의 가정폭력에 시달려왔다. 두 사람은 동거를 하다 2003년 혼인 신고를 했고, B씨의 폭력과 학대 등을 이유로 2014년 협의이혼을 했다.

그동안 A씨는 자녀들과 함께 수차례 가출을 시도했지만 B씨는 집요하게 추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배전단지를 배포하고, 현상금 1억원을 주겠다며 일간지에 수배공고를 내기도 했다.

사건 발생 열흘 전에는 B씨가 교도소에 출소한 뒤 “지낼 곳이 없다”며 A씨와 자녀들을 찾아간 것으로 파악됐다.

구속수감됐던 A씨는 2015년 10월 29일 경찰에 자필 편지를 보냈다. A씨가 구속된 이후 아직 학생이었던 3남매의 임시 거처를 복지시설에 마련해준 경찰에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였다. 경찰은 또 자녀들에게 긴급 생계지원비, 장례 지원비 등을 받을 수 있게 했으며 아이들의 심리 치료와 상담도 지원해줬다.

A씨는 편지에서 “아이들 걱정에 자나 깨나 괴로운 심정이었는데 이렇게 경찰에서 부모보다 더 잘 돌봐줘 진심으로 감사하다. 아이들이 많이 밝아지고 좋아지고 있다고 들었다”며 “저희 아이들이 바르게 생활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도와주시고 보살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진심을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후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A씨 측은 “오랫동안 가정폭력에 시달렸다”며 “순간적으로 공격성을 띠게 됐지만 자신과 자녀를 보호하기 위한 정당방위였다”고 변론했다.

하지만 1·2심은 A씨의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B씨는 이 사건 이전에도 술에 취하면 수시로 흉기를 들이대며 위협하기도 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병원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큰 상해를 입힌 적은 없다”며 “실제로 A씨를 살해하려는 등의 극단적인 행위까지 이르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반복적인 구타와 학대를 감내하며 살아왔다고 해도, 살인만이 가정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안이었다고는 볼 수 없다”며 “A씨 범행이 사회 통념상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방위행위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가 20년간 가정폭력에 시달린 점, 자녀들과 함께 도망쳤다가 남편에게 큰 보복을 당했던 점 등을 고려해 선고 형량은 징역 2년으로 정했다. 대법원도 이를 그대로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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