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첨단산업 강한 中…美압력에도 한중 경제 협력 강화해야"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윤지 기자I 2025.05.26 04:00:00

[만났습니다]②런리보 궈관싱크탱크 대표
"포기하기에 中 거대한 시장, 멀리 내다봐야"
"미중 무역 전쟁은 장기전, 갈등
"韓도 자유무역 수혜, 美고립주의 굴복 안돼"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스타트업 등에선 중국이 미국보다 늦을 수 있지만 거대한 시장을 기반으로 빠른 속도로 발전을 꾀하고 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전기차 등에서 중국 기업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한국이 중국과 계속 경제적 협력을 해나가야 하는 이유다.”

런리보 궈관싱크탱크 대표(사진=궈관싱크탱크)
런리보(任力波) 궈관 싱크탱크 대표는 지난 22일 서울 이데일리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처럼 말했다. 궈관은 베이징을 기반으로 하는 중국 최대 외교·안보 민간 연구소다. 그는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다양한 경로로 교류를 활성화해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고, 양국이 경제적 협력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내수와 민간 투자 촉진을 위해 각종 부양책을 내놓고,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제재에도 첨단 산업 분야에서 발전을 이룬다는 점을 그는 강조했다.

지난 2013년 궈관을 설립한 런 대표는 중국 관영 신화통신 기자 출신으로, 당정 고위 지도자에게 보고하는 내부용 소식지 작성 부서에서도 근무해 중국의 의사결정 시스템에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음은 런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한국은 내달 3일 대선을 앞두고 있다. 이후 한중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나.

△우선 한국 정부와 사회에 존경을 표한다. 한동안 대통령의 공백이란 어려움에도 한국 정부는 정상 운영됐고 한국 사회도 질서 있게 유지됐다. 한국의 민주주의 제도와 시민 의식 수준이 매우 높다는 의미로, 한국의 자부심이며 아시아 전체의 자랑이다. 중국도 지금 한국의 6·3 조기 대선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가 어떻든 중국은 한중 관계 회복과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고 새로운 한국 대통령과 함께 기회를 현실로 만들고, 그 현실을 새로운 흐름으로 만들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궈관은 중국 정부의 최근 외교 정책을 어떻게 보고 있나.

△크게 두 가지 방향이다. 우선 핵심 대외 관계인 미국과 예측 가능하고 통제 가능한 ‘상대적 안정’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코로나19 및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크게 후퇴한 한국·일본·유럽연합(EU)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다. 최근 외교 행보가 이러한 의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경쟁과 협력이 공존한다면 한국·일본·EU 관계에서는 협력이 더욱 중요하다. 이에 공동 이익 모색, 공동 행동 추진 등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한중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최근 한한령(중국의 한국 콘텐츠 수입 제한) 해제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한한령을 지시한 바 없다고 전제한 후) 중국은 한중 관계 회복에 대한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한중 간 콘텐츠 교류도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문화 교류는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이야기를 담은 한중 합작 ‘상하이의 별’이 제작된다. 궈관이 이 영화의 역사 자문과 정책 제언을 제공한다.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년 만에 방한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다. 이를 국빈방문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양국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다. 국빈방문을 위해 통상 5개월 정도 준비 기간이 소요되는데, 대선 이후 APEC까지 딱 5개월이 남았다. 잘 준비한다면 기대 이상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억제하려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가 나날이 강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기업들은 첨단 산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제고시키고 있나.

△예전에는 중국산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반도체 칩을 미국에서 수입했지만 이제는 자체 조달한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는 오히려 중국의 과학 자립자강을 가져왔다. △중국 테크 기업들의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 △‘빅펀드’(국가집적회로 산업 투자펀드·일명 반도체 펀드) 등 정부의 대규모 지원 △과학기술 인재 육성 △공급을 뒷받침 하는 거대한 시장이 중국 첨단 산업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연초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AI 모델이 저비용 고성능으로 전 세계에 놀라움을 안겼다. 딥시크 창립자인 량원펑이 순수 국내파라는 점도 화제였다.

△과거엔 교육의 기회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면 요즘에는 제조업이나 반도체 등 산업 수요에 부응하는 교육 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전문대 및 직업 교육을 중심으로 교육 정책에 접근하고 있는데, 딥시크도 그런 교육 개혁의 결과로 볼 수 있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해 두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 입장에선 고민이 깊다.

△중국 기업들이 성장에 강하지 않나. 한국이 앞서 가는 부분이 아직 많아 상호보안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그만큼 협력할 여지가 크다. (한국이)포기하기에 중국은 거대한 시장이다. 한국이 의료 등에서 (중국 보다) 앞서 있으며 ‘초고령 사회’로 들어서는 등 인구 문제에서도 앞선 변화를 겪고 있다. 노인 문제에서 중국은 거대한 시장인 만큼 한국 기업들에 기회가 될 것이다.

지난 20일부턴 민영기업(민간기업) 보호 강화를 골자로 하는 민영경제촉진법이 시행됐다. 1949년 신중국 건립 이래 처음으로 민간 기업을 보호하는 법이다. 그만큼 내수 진작이 기대된다. 한국은 더 멀리 봐야 한다.

-미중 무역 전쟁의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책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미중 무역 전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 무역을 포기하고 고립주의로 가겠다고 한다. 이를 바꾸기 위해선 비(非)정부 채널을 포함해 다양한 경로에서 미중 간 대화가 시작돼야 한다. 지난 12년 동안 싱크탱크를 운영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미중 간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 보다 서로 대화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돼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지난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이 그런 측면에서 어떤 역할을 했나.

△미중 간 대화 통로에 물꼬를 텄다고 생각한다.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 간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핵 억제와 소통 체계를 제도화했던 ‘전략적 안정성’(Strategic Stability)처럼 오늘날에도 미중 간 위기를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대화 채널이 필요하다. 다만 미중 무역 전쟁 자체는 장기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전략적인 경쟁자라는 흐름은 바꿀 수 없다. 궈관을 비롯한 중국 싱크탱크들은 미국과 중국이 협력과 갈등을 반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도 미국과 무역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자유 무역의 수혜를 누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양국은 공급망 측면에서도 긴밀히 연결돼 있어 (미국 등으로 인해) 강제로 디커플링(탈동조화) 될 수 없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도 자유 무역을 강력히 수호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미국에 고개 숙이는 일이다.

런 대표는…

△1978년생 △산둥대 국제정치학 학사 △칭화대 EMBA(경영학 석사) △2001~2011년 신화통신 △2013년~현재 궈관싱크탱크 창립 및 운영

궈관 싱크탱크는…

베이징에 기반을 둔 궈관은 중국 최대 외교·안보 민간 연구소로, 중국의 해양전략과 일대일로, 주변국 안보, 디지털 거버넌스 등의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미 펜실베이니아대가 주관한 2020년 글로벌 싱크탱크 순위에서 정책 영향력 부문에서 70위를 차지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