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사건심사 시민위원회에 장기 미제 살인 사건을 안건으로 상정한 것은 이번이 전국 처음으로, 이를 통해 경찰은 해당 사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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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의 정체는 동해시에 거주하며 학습지 여교사로 일했던 김씨(당시 24세)였다. 김씨 시신의 머리카락 일부가 우물 입구를 틀어막아 물줄기가 약해지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마을 주민들이 우물을 찾았다가 처음 김씨를 발견하게 됐다.
조사관들은 우물 안에서 시신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김씨가 익사했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우물의 깊이는 70cm도 채 되지 않았을뿐더러 뚜껑이 덮여 있었기에 가능성은 희박했다. 부검을 진행한 결과, 김씨의 진짜 사인은 ‘경부 압박 질식사’로 밝혀졌다.
경찰은 누군가 김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우물에 유기했을 거라 판단, 김씨의 마지막 행적을 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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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수색을 진행한 경찰은 시신이 발견된 약천마을 우물에서 남쪽으로 약 7~8km 떨어진 동해체육관 앞 주차장의 수돗가에서 김씨 소유의 빨간색 마티즈 승용차를 발견했다. 차 안에는 김씨의 옷가지와 일부 소지품이 있었고, 누군가가 물건을 뒤진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범인이 김씨를 성폭행하려 했으나 저항으로 인해 미수에 그쳤고, 결국 김씨를 살해한 뒤 우물에 시신을 유기했을 거라 추정했다. 부곡동을 기준으로 시신이 발견된 약천마을은 북쪽으로 4km 지점에 있었고, 차량이 발견된 동해체육관은 남쪽으로 4km 지점에 있었다. 이같은 동선을 두고 경찰은 수사에 혼란을 주기 위한 범인의 술책이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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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후 김씨의 사건이 ‘연쇄살인’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김씨가 사망하고 3개월 만에 비슷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기 때문이다.
같은 해 6월 1일 한 여성 A씨는 “괴한이 자신의 승용차로 기습해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다행히 A씨의 남편이 고함소리를 듣고 달려나오자 범인은 그대로 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달 23일에도 또 다른 여성 B씨가 “자동차에 괴한이 쳐들어왔다”며 “폭행을 가하다 나를 길거리에 버린 뒤 달아났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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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A씨의 납치 미수 사건을 조사하면서 차량 안 룸미러에서 머리카락 하나를 확보했다. 이 DNA는 A씨의 가족이나 A씨의 차량에 탑승한 적이 있었던 지인들의 것도 아닌 제3자의 것으로 밝혀져 범인의 것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후 경찰은 해당 DNA를 바탕으로 지역에 거주하는 우범자와 체포된 강력 범죄자, 김씨의 피살사건과 관련해 용의선상에 오른 인물들을 대상으로 DNA 대조 작업을 벌였으나 단 1건도 일치하는 사례를 찾아내지 못했다. 결국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 18년째 ‘미제사건’으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