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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갈등은 경기도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던 A(58)씨가 2016년 7월 로또 40억 원에 당첨돼 세금을 제외하고 27억 7000만 원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이같은 사연은 A씨 어머니가 B(78)씨가 양산시청 현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급속하게 퍼지며 알려졌다.
B씨는 경기도에 살던 아들 A씨가 로또 1등에 당첨되면서 태도가 돌변, 연락을 끊고 양산으로 이사했다고 하소연했다.
A씨가 로또 당첨 뒤에 본인이 사는 부산으로 내려왔다가 여동생 등과 당첨금 분배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자 결국 거주지를 옮겼다는 게 B씨의 주장이다.
B씨는 아들이 이혼한 뒤 손자들을 돌봐줬는데 당첨금을 제대로 나눠주지 않자 강한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재판과정에서 A씨가 복권에 당첨된 뒤 어머니와 살 집을 마련했으나 당첨 사실을 안 여동생들이 어머니를 데려가지 말고 당첨금을 나누라는 요구를 하면서 갈등이 극심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여동생들은 계속해서 A씨에게 전화나 문자를 보내 당첨금 분할을 요구, 수시로 협박했으며 A씨가 대응하지 않자 두 여동생과 매제 C씨는 A씨 집에 찾아가 열쇠수리공을 불러 잠금장치를 파손하기도 했다.
결국 A씨는 두 여동생과 매제를 경찰에 고소해 수사가 진행됐고, 이들은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협박과 주거침입 등을 유죄로 인정해 두 여동생 모두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200시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두 여동생은 가족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고 피해자가 큰 고통을 겪었는데도 법정에서 변명으로 일관하는 등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지만 협박을 자백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 매제의 죄질을 가장 나쁘게 보고 징역 8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매제가 두 여동생을 대표해 경찰에 신고하고 열쇠수리공을 부르는 등 이 사건에 깊이 관여하고 주도했으면서 A씨 집 현관문을 부술 때 현장에 없었다는 점을 내세워 범행을 부인하는 등 태도가 매우 나쁘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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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로또 1등에 당첨되면 인생 역전의 주인공이 될 거란 ‘황금빛’ 미래를 그리곤 한다.
하지만 현실은 A씨 가족의 사연처럼 녹록지 않다. 일부는 로또 당첨금으로 인해 지인, 가족을 잃고 인생을 낭비하기도 한다.
2013년 전북 전주에선 연인 사이였던 20대 대학생 커플이 복권 당첨금 때문에 법적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여자친구 D씨가 만 원짜리 지폐를 내려던 남자친구 E씨 대신 1000원짜리 즉석복권 5장을 자신의 돈으로 산 뒤 남자친구인 E씨에게 복권 2장을 주고 자신은 3장의 복권을 긁었다. D씨가 긁은 복권은 모두 ‘꽝’이었고 E씨가 긁은 복권 중 한 장이 5000원에 당첨되자 이들은 다시 즉석복권 5장을 구입해 E씨가 3장의 복권을, D씨가 2장의 복권을 긁었다.
그중 남자친구 E씨가 긁은 복권에서 1등 5억 원(실수령액 3억 6800만 원)에 당첨됐다. 그러나 행운은 결국 두 사이를 갈라놓는 계기가 됐다.
E씨가 수령한 돈을 모두 자신의 어머니에게 맡겼고 D씨는 당첨금 중 1500만 원을 받고 헤어지게 됐다. 그러자 D씨는 “자신의 돈으로 산 복권이 1등이 됐기 때문에 당첨금을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E씨가 응하지 않자 법적 해결에 나섰다. E씨는 경찰에 고소했고 D씨는 ‘횡령’ 혐의로 입건됐다. 결국 검찰까지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뒤에야 둘은 합의가 가능했다.
인천에서는 로또 당첨금을 함부로 썼다며 부부간에 폭행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인천 남동구에 사는 40대 남성은 2012년 7월 25일 본인 집에서 아내(42)를 주먹과 발로 수십 차례 때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당시 로또 1등에 당첨돼 수억 원의 당첨금을 탄 이 남성은 “당첨금 중 1억 5000만 원을 사업 자금으로 출금해놨는데 아내가 그 돈을 주식에 허락 없이 투자해 화가 났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로또에 당첨된 50대 남성이 2011년 경북 포항에서는 동서가 휘두른 흉기에 숨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사망한 남성은 2010년 로또 1등에 당첨돼 15억 원 상당을 받은 뒤 동서에게 4000만 원을 빌려줬는데 그 이후 줄곧 불화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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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도 당첨금을 나누기로 한 경우에 이를 무시하고 수령인이 그 당첨금 중 타인의 몫의 반환을 거부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은 판례에서 다방 손님과 주인, 종업원 등 4명의 손님의 돈으로 복권을 구매한 뒤 당첨돼 분쟁이 생긴 경우 그들 사이에서 당첨금을 나누거나 공동으로 사용하기로 한 합의가 있었다면 그 합의가 지켜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2009년엔 대구의 한 도박판에서 돈을 걷어 산 로또가 당첨되자 도박을 같이했던 동료들을 속이고 당첨금을 나눠갖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한 공기업 직원도 횡령혐의로 입건됐다. 이 사건의 민사소송에서도 대법원은 도박판에서의 약속대로 당첨금 절반을 다른 이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