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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깊어지는 내수 불황...수출 호조 뒤의 그늘은 안 보이나

논설 위원I 2024.09.02 05:00:00
내수 불황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브리핑에서 수출, 성장률 등을 언급하며 경기 전망을 낙관했고 기획재정부도 ‘최근 경제 동향’에서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이 보인다”고 진단했어도 여러 지표와 경제 현장의 움직임은 반대인 증거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수출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대통령과 정부가 자신감을 가진 것으로 보이지만 지나친 낙관이 정확한 정책 대응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스럽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전산업 생산은 전달보다 0.4% 감소해 3개월 연속 가라앉았다. 4월만 해도 1.4% 증가였던 것이 5월에 감소(-0.8%)로 돌아선 후 6, 7월 계속 내리막길이다. 전산업생산의 3개월 연속 감소는 2022년 8~10월 이후 21개월 만이다. 산업 생산이 쪼그라든 데는 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 생산이 3.8% 감소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두 품목은 전년 동기 대비 9.1% 늘어난 올 상반기 수출의 최대 견인차였다. 때문에 타 부문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눈여겨봐야 할 또 하나의 대목은 내수 지표가 다시 나빠지고 있는 점이다. 7월 소매판매액 지수는 100.6으로 전월 대비 1.9% 감소했다. 4, 5월 연속 감소 후 6월에 모처럼 반등(1.0%)했는데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고금리·고물가로 가계의 소비 여력이 바닥나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 소매판매액 지수가 각각 전년 대비 7.6%와 8.8% 하락했다. 유통가에서는 국산 돼지고기조차 사 먹기 어려워 값싼 수입 고기를 사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덕에 미국산이 불티나게 팔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수출 호조는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를 위해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반도체, 자동차 등의 일부 대기업 호실적을 빼고 나면 내수 부진은 여전하고 서민들의 삶도 팍팍하다. 중견·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물론 대다수 국민이 온기를 체감하기 어렵다.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 11월 대선 후 무역 정책이 한국에 불리하게 변할 경우 내수 불황은 더 심해질 수 있다. 정부는 낙관을 경계하고 금리 인하 등 내수 회복 정책을 서둘러야 한다. 실제 민생은 지표보다 더 고통스럽다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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