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패밀리 오피스 숫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더욱 많은 패밀리 오피스가 생겨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이들이 국내에서 앞으로 어떤 딜(deal)을 주도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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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국내에서 운영되던 패밀리 오피스가 확장을 위해 관련 인력을 대거 충원한 사례도 있다. 국내 게임사 오너 일가가 꾸린 한 패밀리 오피스에 최근 국내 벤처캐피털(VC)과 액셀러레이터(AC) 업계 투자심사역들이 이직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들은 패밀리 오피스가 국내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잖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패밀리 오피스는 일반 투자사와 달리 아무래도 경영 전문지식과 조언을 포트폴리오 기업에 제공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며 “국내에서 내수 시장을 정조준한 서비스나 비즈니스 모델보다는 글로벌 바이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투자처를 물색하는 모양”이라고 전했다.
이 와중에 시중은행과 증권사들까지 패밀리 오피스 전용 서비스를 내놓기 시작하면서 긴장감이 더욱 커졌다. 예컨대 신한은행은 소수 정예의 초고자산가 고객을 1대 1로 관리하는 패밀리 오피스 센터를, 하나은행은 가족이 모여서 교류하고 교육과 커뮤니티를 제공하는 패밀리 오피스 전용 센터를 운영하는 식이다.
패밀리 오피스의 존재감은 글로벌 IB 업계에서 더 크다. 그동안 패밀리 오피스는 주식과 채권으로 자본을 키우고 유지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사모펀드(PEF) 운용사, VC 등의 역할을 자처해 장기 고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취하면서 기존 자본시장 주체들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숫자도 점점 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프레킨은 지난해 글로벌 패밀리 오피스 수가 4500여 곳을 넘어서 2019년 이후 3배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보유한 자산은 6조달러(약 7977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글로벌 자산운용사 BNY멜론 웰스 매니지먼트에 따르면 지난해 대다수 패밀리 오피스가 최소 6건의 직접투자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더 많은 곳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투자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렇다면 패밀리 오피스들이 가장 주목하는 투자처는 어딜까. 국내의 경우 △딥테크 △디지털 헬스케어 △인공지능(AI)이 꼽힌다. 중화권 패밀리 오피스의 한 투자심사역은 “자기자본으로 호흡이 긴 투자를 진행하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움직이는 편”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성과를 잘 내고 있는 안전한 섹터 위주로 투자를 검토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국내 한 증권사의 프리미엄 자산관리 센터 관계자는 “비교적 젊은 20·30세대의 자수성가 고객들은 호흡이 긴 투자를 원하고, 50·60세대 고객들은 안정적인 후기단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